올 2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1학년생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 및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놀이한글, 음악줄넘기, 방송댄스 등 하루 2시간의 무료 프로그램이 모든 희망 학생들에게 제공돼 하교 시간이 오후 1시 50분(5교시 기준)에서 오후 3시 반으로 2시간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 펜싱 드론 등 맞춤형 프로그램 무료 제공
정부는 5일 경기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열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는 지금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것으로 돌봄 공백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와 부모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늘봄학교는 1학기 초등학교 2700여 곳의 초1을 대상으로 도입되며 2학기부터 전국 6175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1은 하교 시간이 유치원보다 빨라 정규수업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며 “돌봄교실은 수요가 많아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에서 대기자가 1만50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대기자는 하교 시간이 빠른 1, 2학년이 대부분이며 연초 추첨에서 떨어지면 1년간 들어가기 어렵다.
늘봄학교에선 출근시간이 이른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오전 7시부터 독서 체조 등의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리고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 10분(4교시) 또는 오후 1시 50분(5교시)부터 2시간 동안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1학년인 만큼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과 놀이 중심의 예체능 프로그램 위주로 꾸려지게 된다. 추가 비용을 내면 더 늦은 시간까지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맞춤형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퇴근시간이 늦은 가정을 위해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돌봐 준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초2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할 방침이다. 2시간씩 무료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은 초 1, 2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나머지 학년으로 확대할지는 내년에 결정한다.
맞춤형 프로그램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각 학교가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가칭) 늘봄허브’를 올해 구축할 예정이다.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했던 부산에선 동의대 교수들이 펜싱, 드론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토론회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대학, 기업, 지자체, 기관 등 지역사회와 협력해 좋은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늘봄학교가 더 알차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분들께서 많은 재능기부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 학부모 84% “참여 희망”, 일부선 우려도
교육부가 지난달 초1 예비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6%는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희망 시간은 오후 4시까지(29.8%)가 가장 많았고, 오후 3시(25.4%), 오후 5시(19.5%)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1학기 늘봄학교 운영 학교 선정 작업을 아직 마치지 못해 다음 달부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이달 중순 이후에야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입장에서도 운영 여부가 먼저 결정돼야 프로그램 수요를 조사하고 강사를 섭외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학교는 3월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기준으로 서울은 초교 604곳 중 30여 곳만 신청한 상태다. 서울의 예비 초1 학부모 김모 씨는 “돌봄교실을 신청했다가 떨어져 늘봄학교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방과후 학원 스케줄을 2, 3개씩 짜고 있다”며 “아이가 학원에 적응하면 2학기에 늘봄학교가 시행되더라도 보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