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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도 놀란 韓 저출산…“노키즈존-사교육의 나라”

 해외서도 놀란 韓 저출산…“노키즈존-사교육의 나라”

Posted March. 01, 2024 08:26,   

Updated March. 01, 20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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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280조 원을 썼지만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일본 요미우리신문)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과 여성 얘기를 듣지 않는다.”(영국 BBC)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6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선진국 주요 언론은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선진국의 저출산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과다한 사교육비, 일과 육아의 양립 불가능, 남성의 육아 분담 부족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며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우려했다.

● “노키즈존-학원 뺑뺑이에 한국 탈출”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한국 초저출산 사회의 실상’을 주제로 8회 분량의 심층 보도 시리즈 ‘A-스토리’ 연재를 시작했다. 기사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39세 한국인 여성이 등장했다.

그는 “남편과 둘이 연 1억5000만 원을 벌었는데도 육아 비용 부담이 컸다”며 “젊은이들은 이런 선배들을 보고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노키즈존’ 카페, 어릴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모습을 짚으며 “한국은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은 15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썼지만, 효과는 없고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전체의 2.5%인 157개교에 달하는 점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 파탄, 노동력 부족 등은 물론이고 병원 부족으로 국민의 기본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NHK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및 전세금 마련에 부담이 커지고 취업이 불안정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 “한국 출산율, 세계적으로도 극단적”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이진 않다”며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저출산에 대한 청년과 여성의 실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자신들이 직접 여러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에게 집안일과 육아가 치중돼 있다는 점과 너무 비싼 집값과 사교육비를 출산 기피 요인으로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다고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언급했다. 39세 영어강사 스텔라 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약 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다”며 많은 부모들이 이런 돈을 쓰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여긴다고 소개했다.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BBC 또한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취업을 촉진하고 야망을 확대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거의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난 만큼 여성의 육아와 가사 노동이 남성과 분담돼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단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수십억 달러의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구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며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저 혼인 건수를 기록한 것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현상을 주목했다. 가디언은 “치솟은 육아 비용과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극단적인 교육 체제 등으로 출산 유인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