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165년 역사 英신문 인수 나서자… 英정부 “안돼”
Posted March. 15, 2024 08:34,
Updated March. 15, 2024 08:34
만수르, 165년 역사 英신문 인수 나서자… 英정부 “안돼”.
March. 15, 2024 08:34.
by 홍정수 hong@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가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수를 추진했지만, 영국 정부가 부랴부랴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입법 공백 속에서 165년 역사의 상징적 매체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뻔한 것이다. 스티븐 파킨슨 영국 문화부 장관은 13일 다른 나라의 정부가 영국 미디어 자산을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막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사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왕실의 동의를 받으면 즉시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사모펀드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와 UAE의 사모펀드 ‘국제 미디어 투자회사(IMI)’의 합작 투자사인 ‘레드버드 IMI’가 텔레그래프 등을 보유한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TMG)’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추진됐다. 레드버드 IMI는 현 UAE 대통령의 동생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로 잘 알려진 거부(巨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부총리가 전체 지분의 75%를 갖고 있다. 지난해 TMG가 가진 거액의 부채를 갚아 주는 대가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레드버드 IMI가 TMG를 6억 파운드(약 1조10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 알려지자 보수당을 중심으로 “독재 국가가 영국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1855년 창간된 텔레그래프는 현 집권당인 보수당(토리당)과 가까워 ‘토리그래프’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매체들은 해당 법안에 ‘외국 정부가 지배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디어 기업의 인수를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영국에서는 일간 ‘인디펜던트’의 지분 일부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법안이 과거의 거래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던 레드버드 IMI 측은 이날 “영국 정부의 조치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레드버드 IMI가 새 법률에서 규정하는 수준 이하로 지분 보유 비율을 낮춰 재도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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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수를 추진했지만, 영국 정부가 부랴부랴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입법 공백 속에서 165년 역사의 상징적 매체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뻔한 것이다.
스티븐 파킨슨 영국 문화부 장관은 13일 다른 나라의 정부가 영국 미디어 자산을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막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사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왕실의 동의를 받으면 즉시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사모펀드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와 UAE의 사모펀드 ‘국제 미디어 투자회사(IMI)’의 합작 투자사인 ‘레드버드 IMI’가 텔레그래프 등을 보유한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TMG)’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추진됐다.
레드버드 IMI는 현 UAE 대통령의 동생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로 잘 알려진 거부(巨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부총리가 전체 지분의 75%를 갖고 있다. 지난해 TMG가 가진 거액의 부채를 갚아 주는 대가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레드버드 IMI가 TMG를 6억 파운드(약 1조10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 알려지자 보수당을 중심으로 “독재 국가가 영국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1855년 창간된 텔레그래프는 현 집권당인 보수당(토리당)과 가까워 ‘토리그래프’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매체들은 해당 법안에 ‘외국 정부가 지배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디어 기업의 인수를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영국에서는 일간 ‘인디펜던트’의 지분 일부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법안이 과거의 거래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던 레드버드 IMI 측은 이날 “영국 정부의 조치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레드버드 IMI가 새 법률에서 규정하는 수준 이하로 지분 보유 비율을 낮춰 재도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정수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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