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각국 우파 지도자와 밀착해 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주요국 극우 지도자와 가까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내린 논평이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진보 성향이 강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당시에는 극우 성향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다 시리아 난민의 유럽 유입,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등으로 각국에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극우 민족주의가 확산되자 우파 지도자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10월 약 1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하자 X에 “아르헨티나의 번영이 펼쳐질 것”이라는 노골적인 찬양글을 게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미 텍사스주 테슬라 공장도 방문했다. 아르헨티나는 호주, 칠레 등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의 필수 소재인 리튬의 주요 생산국이다.
X는 지난해 1월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무슬림 탄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각한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관련 게시물을 차단했다. 지난달 15일 모디 정권은 테슬라 같은 해외 전기차 기업이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면 전기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기존 70∼100%에서 15% 안팎으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수입 관세를 인하해야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진 셈이다.
NYT는 2022년 10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한 직후 X에서 브라질 대선 관련 게시물이 사라진 것에도 머스크가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브라질 시장에 발을 들였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와도 만났다. 같은 달 멜로니 총리를 만났고, 그 두 달 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