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２１０）

제5화 철없는 사랑 〈49〉 잠시 후 아니스 알 쟈리스가 나타났다. 그녀의 그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런 모습을 보자 누르 알 딘은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으니, 그때 「그림의 궁전」에서 그는 그녀를 어부, 즉 교주에게 주어버린 터였기 때문이었다. 아니스 알 쟈리스 역시 그리운 누르 알 딘을 보고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기쁨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었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때 교주가 말했다. 『나의 벗, 누르 알 딘! 그대는 이 여자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지만 나는 이 과분한 선물을 그대에게 되돌려주기로 했네. 왜냐하면 첫째,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둘째, 이 여인은 그대의 목숨과 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알았는데, 이런 여인을 내가 가진다면 그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돌려주는 것이니 받아주게. 그러나 이 여인을 돌려주는데는 한가지 조건이 있네』 교주가 이렇게 말하자 누르 알 딘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는 절대 이 여인을 팔아서도 안되고, 다른 누구에게 주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라네. 맹세할 수 있겠는가?』 누르 알 딘은 알라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였다. 그제서야 아니스 알 쟈리스는 누르 알 딘에게로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 아름다운 두 젊은이가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것은 늙은 정원지기 이브라힘이었다. 이브라힘은 절망에 빠져 헤매고 있는 두 젊은이를 절망에서부터 구해주고 그들을 다시 맺어준 교주의 깊은 뜻을 뒤늦게서야 이해하고 교주를 위해 여생을 바칠 것을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이튿날 두 젊은이는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바소라로 되돌아 왔다. 바소라의 백성들은 젊은 왕과 아름다운 왕비 아니스 알 쟈리스의 귀국을 환영하였다. 바소라로 돌아온 누르 알 딘은 아버지의 명예에 값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선정을 베풀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법률을 만들고, 참신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이러한 일을 하는 데 있어 아니스 알 쟈리스는 더없이 중요한 조력자였다. 그리하여 바소라는 날로 번창해 갔고 백성들은 더 없는 행복을 구가할 수 있었다. 누르 알 딘이 바소라로 돌아온 지도 꼭 열 달이 지났을 때 아니스 알 쟈리스는 달덩이처럼 아름다운 아들 하나를 낳았다. 왕자를 얻은 바소라는 온통 기쁨으로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 이듬해 왕비는 또, 세상에서 다시 없이 예쁜 딸을 낳았다. 공주를 얻은 바소라에는 기쁨의 노랫소리가 넘쳐흘렀다. 이렇게 누르 알 딘과 아니스 알 쟈리스는 죽는 날까지 서로 헤어지는 일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지금까지 나는 샤라자드가 샤리야르 왕에게 들려준 누르 알 딘 아리와 노예처녀 아니스 알 쟈리스의 사랑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릴 꼽추 이야기에 비하면 재미에 있어서는 그 다양성에 있어 비교도 되지 않는다.<글 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