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20)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1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0〉 『원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손님을 청해놓고 그 비용을 손님 돈에서 제하다니요? 게다가 저는 도련님의 돈으로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으니 어떤 보답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안될 말씀입니다. 제가 비록 당신께 약간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초청을 받아 비용을 부담시킬 수는 없습니다. 일체의 비용은 저의 돈에서 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쨌든 좋습니다. 일단 저의 집으로 갑시다』 이렇게 하여 저는 젊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리고는 고기며 술이며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다 사다가 식탁에 차려놓았습니다. 식탁에 다가앉은 젊은이는 그런데 왼손으로 식사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른손을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저는 굳이 캐묻지 않았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저는 젊은이의 손에 물을 부어주고 수건을 내주었습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야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도련님. 괜찮으시다면 왜 왼손으로 식사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오른손이 불편하신 게 아닙니까?』 제가 이렇게 묻자 젊은이는 이런 시를 읊었습니다. 벗이여, 묻지 마라. 이 가슴 속 괴로운 기억을. 비할 데 없는 쓰라림이니. 이런 노래를 부르고난 그는 말했습니다. 『용서해주시오. 거만하거나 건방져서 왼손으로 식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할 수 없이 왼손을 쓴 것뿐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소매 속에서 오른손을 내보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오른손은 손가락도 손바닥도 없이 잘려나가고 손목만 달랑 남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아름다운 젊은이가 한쪽 손이 없다니 저는 너무나 놀라 입을 딱 벌린 채 그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저에게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놀라셨겠죠? 그러나 너무 놀라지는 마십시오. 오른 손이 잘린 데는 정말이지 얄궂은 일이 있었답니다』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정말이지 당신의 신세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그러자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본래 바그다드 태생인데 아버지는 그 시의 귀족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순례자나 여행자들, 그리고 상인들이 들려주는 이집트 이야기에 깊이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어린 나에게 수많은 환상을 남겨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여행을 떠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자 나는 막대한 돈을 가지고 갖가지 상품을 준비한 다음 지향없는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행 끝에 드디어 나는 꿈에도 그리던 카이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평선 위에 저 멀리 서 있는 도시, 카이로를 바라보면서 나는 내 일생에 가장 커다란 사건이 저기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면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글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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