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7)

  • 입력 1997년 4월 6일 11시 00분


제7화 사랑의 신비 〈33〉 『오, 가엾은 우리들의 임금님, 당신 앞에 놓인 접시에 가득한 진주는 무얼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그건 바로 당신의 사랑스런 딸이 흘린 눈물이랍니다』 그제서야 왕은 무엇인가 언뜻 깨달은 듯 고개를 들어 파리자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파리자드는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새를 나무랐다. 『오, 불불 엘 하자르야, 제발 말을 좀 삼가다오. 우리가 손님으로 모신 분은 페르시아의 임금님이시란다』 말하는 새는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파리자드님, 오, 가엾은 파리자드님, 이제 베일을 벗으세요.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 앞에 서 계시니까요』 새가 이렇게 말하자 파리자드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 왕은 가득히 눈물이 괸 눈으로 파리자드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새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분부했다. 그리하여 파리자드는 베일을 벗었다. 베일을 벗은 처녀의 머리털은 한쪽은 금빛으로 다른 한쪽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진주가 맺혀 있었고, 그녀의 입술에는 한송이 장미꽃 봉오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처녀의 그 모습을 보자 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쳤다. 『오! 그렇다면……』 그때 새가 말했다. 『이제서야 아셨습니까? 이분이야말로 눈먼 새끼쥐와 바꿔치기를 당한 뒤 금원의 정원사 손에 길러진 공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저 두 분은 죽은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와 바꿔치기 당했던 왕자님들이십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뜻하지 않은 기쁨으로 정신이 멍해져 있었다. 그러나 파리자드와 두 오빠는 그때까지도 뭐가 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말하는 새는 그들 삼 남매에게 그들의 출생의 비밀에 대하여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왕은 그러나 말하는 새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세자식들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하여 늙은 아버지와 세 자녀들은 마침내 부둥켜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감동이 가라앉자 왕은 말했다. 『오, 내 자식들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고한 너희 어머니를 한시 바삐 만나러 가자』 그렇지만, 친애하는 나의 독자들이여! 오랜 세월을 두고 궁전 한편의 지하 감옥에 갇혀 지상의 온갖 고뇌를 다 겪으며 살아온 그 가엾은 어머니가 남편과 세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나, 질투심 강한 두 언니들이 마침내 미쳐서 죽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좋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내일부터는 신바드라는 한 선원의 모험에 가득찬 삶의 그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나는 마음이 좀 들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장미의 미소 파리자드의 이야기를 끝내면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이 있다면 지고지순한 사랑을 허락해주시고 사랑의 신비를 우리에게 증명하여 보이신 알라의 은총은 한이 없다는 것이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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