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90〉
나에 대한 온갖 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부지런히 진주를 주워모았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거처인 바닷가 동굴 안에는 진주가 든 포대들이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내가 기거하고 있는 동굴 바로 아래 바닷가에 멋진 배 한 척이 정박하였습니다. 조금만 돌아가면 부두가 있는데 이런 험준한 바위 벼랑 밑에다 배를 대다니, 나는 몹시 의아해 하며 내려가보았습니다. 가보니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배 한 척이 정박해 있고, 하릴없어 보이는 선원들은 저마다 뭍으로 올라와 오줌을 눈다, 잡담을 한다, 시간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나는 물었습니다.
『왜 배를이런 데다 대었나요? 조금만 돌아가면 부두가 있는데』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선원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부두가 있다는 건 우리도 알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 부근에 성자님이 한분 계신다는 말을 듣고 그분의 축복을 받으려고 온 것이랍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성자는 무슨 성자요? 그 사람도 알고보면 당신들처럼 선원이란 말이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선원들은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은 임금님의 왕궁도 마다하고, 임금님의 온갖 시혜도 모두 사양한 채 이 근처 동굴에서 조개똥이나 줍고 산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고결한 분이 성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나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조개똥이나 줍는다면 그자는 성자가 아니라 미치광이겠지요. 그런 사람이라면 아예 만나볼 가치도 없을 거요. 그건 그렇고 당신네들은 어디로 가는 길이오?』
그러자 선원 하나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바그다드라는 곳으로 간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귀가 번쩍 뜨이어 소리쳤습니다.
『바그다드라고요? 당신들은 분명 바그다드로 간다고 하셨나요?』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왜 그렇게 놀라시는 거죠?』
『오, 바그다드! 평화의 집 바그다드! 나는 바로 거기서 왔답니다. 돌아갈 날만 기다리면서 이 바닷가에 살고 있답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집과 친척들과 친구들이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았던 것입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선장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배를 타시구려. 우리가 당신을 거기까지 데려다 드리지요』
그러한 그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배에 오르기 전에 동굴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그동안 모아두었던 일곱포대의 진주를 모두 날라와야했기 때문입니다.
짐들이 실리고 내가 배에 오르자 선장은 배를 출발시켰습니다. 배가 출발하자 나는 선장에게 말했습니다.
『저를 위하여 한가지 더 자비를 베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선장이 물었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바그다드로 향하기 전에 이 아름다운 섬을 한바퀴만 돌아줄 수 없겠습니까?』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