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효자동에서 자하문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보이는 곳이 종로구 부암동.
부암동의 명칭은 자하문길 세검정쪽 길가에 2m 정도의 부침바위(付岩)에서 유래했다. 이 바위에 작은 돌을 붙이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여인들이 작은 돌을 붙이려 애쓴 흔적이 남아 있어 그 이름이 생겼다. 그러나 이 바위는 70년 도로확장으로 없어졌다.
부암동에는 흥선대원군의 별장인 석파랑과 안평대군이 심신을 단련하던 무계정사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소설가인 빙허 현진건(憑虛 玄鎭健)선생이 옥고를 치르고 나와 닭을 기르며 살았던 집도 남아 있다.
특히 북악스카이웨이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있는 부암동 58일대는 도심 한복판이면서도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 뒷골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입구에 들어서면 토담집이 드문드문 서 있고 마을 이곳저곳 공터와 좁은 길가에는 호박 상추 고추 파 등이 자란다.
이 마을 뒷산을 넘으면 바로 청와대.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청와대쪽을 앞골이라 불렀다.
이 마을이 산골동네로 남게 된 것은 68년부터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였기 때문. 당시 무장공비 김신조(金新朝)일당이 자하문 터널 위쪽인 이곳을 통해 청와대쪽으로 침투했었다. 오랜 세월동안 망가진 집안을 손보는 개축공사가 허용된 것도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길병준씨는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라일락 등이 흐드러지게 펴 시내에서는 드물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동네』라고 자랑했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