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면 아래서 말만 무성한던 은행 합병문제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강력한 합병시사 발언으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22일 투신사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은행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는 전제를 달고 이런 말을 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일부 은행의 합병이 곧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어떤 은행들이 짝짓기를 할 것인가.
금융권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나리오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빛 조흥 외환 서울은행이 짝짓기하는 것이다.
일부 정부관계자가 잠시 운을 떼기도 했던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우량은행과 정부가 자금을 투입한 이들 네 개 부실은행간의 합병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
우량과 부실은행을 합칠 경우 부실한 대형은행을 탄생시켜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우량은행의 주주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는 등 합병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때 우량-부실은행간 합병 얘기가 나오면서 우량은행 주가마저 곤두박질치고 모든 은행주가 큰폭으로 하락, 이같은 조합은 시장이 거부하고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IMF직후에는 정부가 쾌도난마 처럼 합병을 칼을 휘두를 수 있었지만 5년 집권의 절반을 지나면서 힘이 빠진 정권이 무리하게 우량-부실은행간 합병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을 합병시킨 후 나머지 우량은행들은 자발적인 합병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합병을 주도할 수 있는 4개 은행에 대해 합병문제를 매듭짓고 나면 규모면에서 열세에 놓인 우량은행들도 자발적으로 합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칠 가능성부터 이들 대형 우량은행과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 중형 우량은행이 합병할 가능성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부실은행간 합병이든 우량은행간 합병이든 각 은행들은 합병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고 있어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만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합병시기와 폭이 달려 있는 셈이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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