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현대투신 부실 문제에 이어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불거져 나와 주식시장이 폭락장세로 옮겨가자 현대의 현 상황에 대해 궁금증이 확산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를 같이 비교할 정도로 아직은 현대가 어려운 처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훨씬 우세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대가 시장에 걸쳐있는 `현대'라는 그늘을 거두는 방법은 스스로 지금같은 불확실성을 하루 속히 제거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대우-현대 비슷하다' = 금융 관계자들은 딱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현대와 대우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부채 규모는 대우가 가장 많았고 현대가 뒤를 이었을 정도로 다른 대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다고 설명한다.
위기상황에서 대처 방식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삼성 등의 축소지향적인 방향과 달리 대우가 삼성자동차 등 계속 부실회사를 인수하려 했고 현대도 LG반도체, 강원산업, 삼미특수강 등을 속속 인수하고 자의건 타의건 부실기업인 구 한라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게다가 당장은 돈이 되지 않는 대북사업을 벌일 정도로 확장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사업구조에서도 대우가 자동차와 중공업 등 구경제권에 집중했고 현대도 LG반도체를 인수해 현대전자를 키웠어도 여전히 자동차와 중공업 등 중후장대형 산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상대적으로 다른 대그룹보다 평판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그룹 경영권이 대우는 김우중 회장쪽에 집중됐고 현대에서는 정주영회장 일가에 몰려있을 정도로 폐쇄적이며 특히 최근 몽구-몽헌 형제간 다툼이 시장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 `전혀 다르다' =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와 대우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현대는 우선 정공과 자동차, 중공업 등 많은 업종에서 국내에서 선두에 있거나 국제적으로 도 인정받고 있으나 대우는 국내에서 조차 증권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1등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현대는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좋으며 특히 팔릴 수 있는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도 대우와는 다르다.
경영내용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경우 현대중공업 3200억원, 현대전자 2200억원, 현대자동차 4100억원, 현대정공 220억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흑자를 내고 있다.
올해 1.4분기 실적도 감사인의 의견이 없는 자체 보고 내용이지만 현대중공업이 427억원, 현대자동차 2157억원, 현대정공 158억원 등의 순이익을 내는 등 이익을 내는 기업이 많다.
이밖에 대우는 당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부실을 가릴 수 있었으나 현대의 경우 투명성이 현저히 강화된 경영환경 때문에 기업 내용이 상당부분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대가 기업내용보다도 불투명성으로 인해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신뢰회복을 위해 분명한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현대와 관련한 소문들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공개한 것과 관련, 현대의 부실을 낱낱이 드러내 예컨대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훨씬 투명한 경영환경을 갖고 가려는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기성<동아닷컴기자>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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