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주초 반등을 이용해서 매도하라

  • 입력 2000년 10월 14일 12시 59분


'주초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서 주식보유비중을 줄여라.'

13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를 포함한 미국3대지수가 폭등하면서 다음주(16일∼21일)국내증시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3000포인트선이 위협받던 나스닥지수는 무려 242.09포인트(7.87%) 상승하면서 3316.77포인트로 마감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10% 올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의 주가안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정상적으로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다음주 국내증시의 기술적 반등을 예상케 한다.

무엇보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가 5일연속(영업일 기준) 84.25포인트(-13.8%)한 것이 기술적 반등을 가능케 한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국제유가와 반도체 가격 그리고 미국증시 등 외생변수에 절대적으로 좌우되지만 지난주 하락폭은 과하다고 지적한다. 기술주들이 과매도(oversold)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가매수세력이 유입돼 나스닥지수가 급등한 것처럼 국내증시도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이 예상된다고 오성식 리젠트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전망한다.

그러나 이같은 반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비록 미국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이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투자환경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외부변수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서 보유주식을 처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주장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국내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지 않겠느냐고 섣부르게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김 선임연구원은 경고한다. 그는 '노벨 평화상'이란 국가적 경사가 국내투자자들을 고무시킬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매도행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한국매도(Sell Korea)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예의주시하라고 경고한다. 9월들어 1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들은 10월들어서도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13일까지 4830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대상도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에서 점차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공기업주와 주택 국민 신한 등 우량은행주로 확산되고 있다.

김태우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은 9월부터 10월 13일까지 모두 1조 5천억원어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사실상 한국증시를 떠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매도는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고유가와 반도체 정보통신 기업의 수익악화 등에 따른 불안감에 기인하고 있어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소식으로 반전될 것 같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펀드매니저는 특히 미국이 구축함의 폭탄테러에 대해 군사적 보복을 가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한번 폭등할 것이고 이것은 고유가에 취약한 국내기업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설사 군사행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중동지역국가의 돌출행동에 의해 언제든지 폭등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외국인들의 매도행진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현물가격이 증시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도 다음주 증시전망을 낙관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현물시장에서 64M DRAM가격이 6달러선밑으로 떨어진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 10월중순이후 DRAM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행진은 계속될 것이란게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현물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비중을 계속해서 줄이려고 할 것이다"며 "시가총액이 11.74%나 되는 삼성전자가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면 국내증시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물론 정부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자축하기 위해 연기금 전용펀드 설정 등 다양한 증시부양책을 내놓겠지만 부양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팀장은 주장한다. 정부가 내놓은 증시부양책이 시장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고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실탄 지급'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오 팀장의 지적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개인투자자에게 섣부르게 '저가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한다. 오히려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서 보유주식을 줄이라고 권한다. 장기투자자가 아니면 과감한 손절매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종필 한가람투자자문 펀드매니저는 "비록 전일 미국증시가 반등했지만 추세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며"며 "오히려 미국증시가 10년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조정기간도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서 보유주식을 처분한후 미국증시를 포함한 국내증시가 안정을 되찾을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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