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전 '南소北외'는 '급변'이라고 요약될 수 있는 최근 한반도의 상황을 되짚어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되었다. 6·15 선언 이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일 담론들을 예술적 시각으로 반성해 보자는 것.
다소 엉뚱해 보이는 앞의 '신발 전시회'는 박성환의 설치미술이다. 세련된 형태로 제작된 신발에 N과 S 따위의 기호를 새겨넣어 점점 상품화되는 남북 관계를 꼬집고 있다.
20평 정도의 전시장은 주제에 비해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전시장 안엔 박성환의 설치미술을 포함한 7명의 작품이 둥글게 배치돼 있다.
입구 정면에 설치된 한계륜 씨의 비디오아트 '그냥 서 있는 세 사람'은 '일상인'의 입장에서 본 남북관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여자와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남자 사이에 국군의 날 행사를 찍은 비디오를 설치했다.
유일하게 얼굴이 보이는 한 사람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화면으로 축소돼 있는 전투경찰. 세 사람은 통일과는 거리가 먼, 익명화된 개인을 상징하고 있다.
검은색과 붉은색을 강렬하게 대비시켜 달리는 열차를 그린 김남표의 작품엔 분단이란 이데올로기에 눌려 신음해 왔던 사람들의 한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절규하는 듯한 자세로 작품을 완성해 가는 작가의 퍼포먼스를 비디오 작품으로 덧붙여놓았다.
전승일의 <순환>은 깔끔한 색조의 애니메이션. 남의 고도성장과 북의 군사대국화가 상징적인 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태양을 그린 한 개의 선이 다시 태양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통해 대립과 갈등의 반복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남북관계를 희망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처리된 두 개의 화면에 달리는 기차에서 찍은 철길을 빠르게 재생한 김정한의 작품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온 남과 북이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거꾸로 편집된 피사체는 현재의 불안감을 형상화하는 듯하다.
심철웅의 '형이 가본 백두산 천지'와 정혜정의 '말놀이'는 발상이 특이한 작품들이다. 심철웅의 작품은 방안에서 3년을 '구르고' 있던 비디오 테입을 복원해 낸 것. 작가의 형이 97년 백두산 천지를 찍어온 평범한 '관광용' 비디오에 민족사의 수난과 솟구치는 물을 편집해 넣었다. 정혜정은 분단체제 동안 신문, 포스터, 교과서 등에 쓰였던 낱말들을 벽에 붙여놓았다. 늑대, 기쁨조, 기아, 숙청 등의 어휘들을 관람객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도록 해 분단체제의 해체를 암시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청담동 헬로아트 갤러리에서 30일까지 계속된다. 25일에는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해 주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02-3446-4482)
안병률/동아닷컴 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