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이나 그림을 담고 있는 것을 뜻하는 포르노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가 정확한 표현이다. 원래 이 말은 그리이스어에서 매춘부를 뜻하는 '포르니'와 글 쓰기를 뜻하는 '그라페인'에서 유래됐다. 따지면 원래 매춘부의 생활을 묘사한 문학작품이나 예술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원래의 의미보다는 여러 형식으로 거리낌없이 성적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이나 영상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인류 문화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포르노그래피의 자료로는 그리이스 신화에서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경배하는 고대 축제에서 공연된 외설스런 노래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 시대에도 포르노그래피가 존재했는데, 1세기때 그려진 폼페이의 벽화를 보면 온통 음란한 춘화로 뒤덥여 있다.
영상물에서 포르노그래피의 역사는 거의 영화의 역사와 동일하다. 1910년대에 미국의 상류층에서는 파티때 여자들의 목욕장면이나 술집 무희의 나체 공연을 담은 영화를 보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포르노 영화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단연 70년대 초에 나온 <목구멍 깊숙히(Deep Throat)>란 영화이다. 물론 파격적인 성행위 묘사 때문에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하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우드워드 기자에게 결정적인 제보를 한 공화당 인물의 암호명이 '딥 스로트'였던 것.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하던 신문이나 방송들이 그 이름을 거론하면서 포르노 영화를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그 제목은 알 정도로 국민적인 명성을 갖게 됐다.
한편 일본에서는 포르노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AV(Adult Video)'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노골적으로 '외설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애둘르게 '성인용'이라는 수사로 숨긴 것. 미국과 달리 일본의 'AV'는 중요한 부분을 모자이크 화면으로 감춘다. 하지만 성인 비디오 가게에 가면 이른바 '유출본'이라고 해서 모자이크가 없는 테이프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아키하바라 의 전자상가에서는 비디오의 모자이크를 지우는 기계까지 팔고 있다. 또한 잡지나 사진집의 경우에는 '그라비아'란 표현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그라비아 인쇄에서 유래됐는데, 사진집에서는 흔히 '헤어 누드'로 불리는 치모의 노출도 가능하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