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천원전마저 품에 넣은 섬소년 이세돌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0시 10분


이세돌 3단. 전남 신안군 비금도가 고향인 17세 섬소년. 아직도 촌티를 벗지 못한 그가 입단 5년만에 '바둑 MVP'에 바짝 다가섰다.

한시즌 32연승과 천원전 타이틀 획득. 여기까지만 해도 MVP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 그가 지난 20일 배달왕전마저 차지, 2개 타이틀 홀더가 됐다.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창혁9단을 상대로 한 혈투였다.

마지막 5번기에서 유9단이 돌을 던지자, 그의 형 이상훈 3단은 몰래 대국실 밖으로 나갔다. 비금도에 계신 홀어머니에게 동생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3단은 '리틀 제비'로 통한다. 조훈현9단의 날랜 행마와 번뜩이는 수읽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 올해들어 32연승을 구가하며 '불패 소년'이란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이제 바둑계에서 그를 '미완의 대기'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이3단은 솔직한 성격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은 양보할테니 배달왕전은 넘겨주시죠" 라고 유9단에게 말을 할 정도. 우연의 일치라고나 할까. 정말 이3단은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은 패하고 배달왕전은 품에 넣었다.

'자고나면 바둑이 는다'는 소리를 듣는 그다. 그가 어느새 부쩍자라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바둑=세계최강'의 등식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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