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 솔
◇지친 영혼 달래는 투명한 시◇
‘나의 꿈은 진흙이다/神의 악마가 함께 깃들여 있는/쓸쓸한 물질이다/나의 꿈은/진흙처럼 순결하다/…/나의 꿈은 언제나/밟히고 만다/밤하늘의 캄캄함 깊이에서/눈송이처럼 태어나는/나의 더러움’(‘눈길’ 중). 30여년만에 나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세속적인 시의 유행에서 한발 비껴나 고독한 영혼을 숙명처럼 껴안고 그 영혼의 치유를 찾아 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고독의 극점에서 탄생한 허만하의 시는 투명하고 도도하다.
■해리포터 시리즈
조안 K 롤링 문학수첩
◇고아소년의 모험과 환상◇
고아 소년 해리 포터가 마법학교에 입학해 마법사 세계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모험과 환상을 그렸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문학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 올해에만 235만부 이상이 나갔고 지난 10월 제4부 ‘불의 잔’(전4권)은 초판 9만질 36만여권을 찍어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공룡대탐험
이융남 지음/창작과비평사
◇사진 340장 '공룡 백과사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공룡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고생물학 전공자의 공력이 담긴 보기 드문 공룡 교양서다. 공룡이 아이들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과학의 대상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룡의 정의, 기원과 멸종 과정, 백과사전식 공룡 프로필, 그리고 공룡학사까지 입체적으로 일별하며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망라해 대학 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340여 장의 공룡 사진과 삽화를 훑어보는 재미만으로도 여느 짜깁기책보다 낫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김용석 지음/푸른숲
◇만화영화서 꺼낸 철학 역사◇
이탈리아의 그레고리안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던 저자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인어공주’ 등 디즈니의 만화영화에서 풍부한 ‘인문학 콘텐츠’와 중요한 ‘철학적 화두’를 발견했다. 장면 하나, 대사 한 줄에서 고대 플라톤부터 근대의 니체까지 서양 철학의 역사가 술술 풀려 나온다.
철학의 깊이를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만화영화의 충실한 감상자가 되기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영화로 철학하기’류의 대중서와 구별된다.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외 지음 프로메테우스
◇창의력 키우는 신나는 학교◇
군국주의 체제하의 일본에서 도모에 학교의 교장 고바야시는 상의하달식 명령형 교육 대신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창의성을 장려하는 새로운 교육을 실시한다. 기존의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다 퇴학당한 주인공 토토 역시 이 학교에서 명랑하고 적극적인 아이로 다시 태어난다. 꾸밈없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수많은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대안교육’ 모색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우리 현실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 외 지음/삼인
◇봉건적 질서와 권력 비판◇
인문사회학계에서 여러 해 동안 진행돼 온 ‘근대성’ 논의를 우리 심층 의식의 근대성 문제로 심화시켜 화제가 됐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형식적으로는 민주화가 진전된 듯이 보이지만 우리의 의식 심층에는 여전히 내면화된 봉건적 질서와 권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필자들은 이를 우리 안의 ‘일상화된 파시즘’이라고 보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근본적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논의의 표면으로 이끌어 냈다.
■데이터 스모그
데이비드 솅크 지음 민음사
◇'정보 비만'의 폐혜 파헤쳐◇
인터넷 시대 ‘정보의 과잉’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예시했다. 정보가 폭주하는 시대에는 대립되는 정보의 난무로 다수결이 진실로 대접받으며, 자극성있는 정보가 선호되기 마련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 ‘데이터 단식’ 시간을 가지라는 등의 처방도 제시한다. 공격적인 문제제기와 달리 ‘시민적 차원에서의 대안적 실천’을 촉구하는 저자의 해결책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비만’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논한 드문 문명비판서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세종서적
◇사전편찬 두 외고집의 생애◇
19세기 중반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 책임자 머리는 사전에 실을 단어의 풍부한 용례(用例)를 수집하기 위해 전세계 영어권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우편으로 도움을 청한다. 그 중 마이너라는 인물이 언제나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마이너는 뜻밖에 종신형 선고를 받은 죄수이자 정신병자였다. 추리소설적 흥미에 덧붙여 사전 편찬의 지식, 두 외고집 인물의 대비되는 생애에 대한 깊은 감동까지 안겨주는 일석삼조의 텍스트.
■그린스펀 효과
데이비드 시실리아 지음 21세기북스
◇그린스펀의 발언 해독법◇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사회 의장으로 13년째 군림하고 있는 그린스펀. 그의 말 한 마디에 세계 증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지난 13년간 그린스펀의 한 마디에 시장이 어떻게 격렬하게 반응해 왔는지, 지극히 절제되고 모호한 그린스펀의 발언을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탐문한다. 미국 경제의 거시 메커니즘과 연준의 시장개입 방법, 그린스펀의 경제철학 등을 체계적이고도 소상히 설명해 ‘세계경제 동향 예측’이라는 과제에 독자가 도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