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지난 주말 오후 4시30분. 미시간호수 옆에 한국에서도 낯익은 구세군 자선냄비가 눈길을 끌었다. 찬 바람과 빨간 양철통, 그리고 인적마저 끊어진 듯한 길 모퉁이에서 말없이 종을 흔드는 사람.
미국의 기부문화와 봉사정신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한 동양계 행인이 머뭇거리다 말했다.
“저 사람, 진짜 몸으로 자선을 실천하는 사람이네요.”
현지 주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뜸 말했다.
“저 사람은 구세군이 아니에요. 구세군에서 시간당 10달러씩 주고 고용한 사람이지요. 시카고에선 저렇게 한 지가 꽤 오래 됐을 걸요.”
그 외국인은 다소 마음의 부담이 줄어든 듯했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추위에 시간당 10달러나 걷히긴 하나요?”
<시카고〓이은우기자>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