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몰상식한 사생활 뒤져보기 '그녀의 방'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1시 13분


2000년에 가장 높이 뜬 스타가 윤다훈이라는데 2000년에 그의 가장 큰 실수는 아마 <두남자쇼> MC를 맡은 일인 것 같다.

<두남자쇼> MC를 맡기 전에는 그를 '말도 잘하고 재치가 있는'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 물 만난 듯 맹활약하는 신동엽 옆의 윤다훈은 왠지 둔해 보인다. 게다가 <두 남자쇼>에서 윤다훈이 진행하는 '그녀의 방'은 윤다훈이라는 남자를 정말 지겹게 만든다.

<세친구>의 귀여운 바람둥이 이미지가 윤다훈을 스타로 만든 원동력이긴 하지만 '선수' 운운하며 여자의 방을 킁킁거리며 뒤지는 모습은 절대 '프로페셔널'의 모습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라이너가 있으니 이 여자는 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나 하는 걸 보노라면 총각아빠의 '순진한 인상'은 사라지고 숱한 여자사이에서 별 시시콜콜한 것도 알고 있는 '닳고닳은 남자'가 연상돼 나를 실망시킨다.

'그녀의 방'이라는 이 코너는 정말 연구대상이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이 시대 최고의 싱글여성을 찾는다'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그 진행상은 엽기다.

아무리 연예인의 섹스비디오까지 활개치는 나라라지만 멀쩡한 젊은 여자의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고 옷장을 샅샅이 뒤지는 게 어떻게 추리인가? 치마를 뒤집어보며 가슴, 허리, 엉덩이 사이즈를 '추리'하고 갖가지 화장도구로 그녀의 미모를 '추측'하는 이 황당한 행태가 어떻게 '심리 게임'인가?

또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남정네들이 젊은 미혼여자의 방에 들어가 옷가지에 얼굴을 파묻고 베게라도 껴안고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당한 듯(?)' 찜찜하고 불쾌하다.

어쨌거나 '이 시대 최고의 싱글여성'들은 마음도 넓고 속도 좋다.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 낯선 남정네들을 풀어놓고도 희희락락하고 데이트 같지도 않은 알량한 데이트에 '호호하하' 하니…. 이 시대 최고 싱글의 미덕은 사생활까지 활짝 열어보일 수 있는 개방적인 성격과 별 데이트같지 않은 이벤트에도 좋은 척 해줄 수 있는 연기력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게 좀 지루해질 무렵 나타난 '그녀의 방'. '엿보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뒤져보기'를 시도하는 이 코너. "방 주인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어쩔테냐?" 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이야 없지만,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더 깊이, 더 꼬치꼬치 남의 사생활을 파헤칠지 걱정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wim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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