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여고를 찾아가 만난 강초현(18)은 여느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스웨터에 운동화 차림으로 때마침 대입 정시모집 원서를 쓰기 위해 학교를 찾은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 실컷 수다를 떨었다.
“중요하고 정말 좋은 해였으며 그야말로 일도 많고 말도 많았어요.”
강초현은 새 천년 첫 해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
9월16일 시드니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결선이 열린 날 ‘신데렐라’ 로 태어났다. 0.2점차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눈물도 흘렸지만 시상식에서는 신세대답게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 깜찍한 외모와 당찬 성격에 어려운 가정 환경까지 곁들여지면서 ‘금보다 값진 은메달리스트’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최고의 스타로 떴다. TV출연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타고난 ‘끼’를 발휘해 영화, 시트콤, CF 제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평소 좋아했던 가수 조성모로부터 직접 장학금을 받은 그는 성모 오빠와는 요즘도 자주 전화 연락하고 지낸다 고 자랑스러워했다. ‘강초현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견뎌내기 힘든 어려움도 많았다. 주위의 시선이 워낙 뜨거워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유명세를 타면서 마음대로 외출도 마음껏 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밖에 나갈 때는 언제나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녔다. 온천으로 유명한 유성에 살면서도 지난주말 두 달 여만에 처음으로 대중 목욕탕에 갔을 정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스카우트 공세에 시달렸으며 실업팀 입단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다. 강초현은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데 매끄럽지 못해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에는 운전면허를 땄다.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한 덕분에 필기시험에서는 94점으로 응시생 가운데 1등을 먹었단다.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자마자 중고차 한 대를 마련, 오너 드라이버가 됐다. 뭐 자랑이라고 초보 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요? 주차 때 애를 먹지만 틈만 나면 차를 몰만큼 운전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지난주 충남대 체육과 특차모집 합격증을 받아 쥔 강초현은 새해에는 2001학번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사격과 공부를 병행하지만 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게 강초현의 다짐. 앞으로는 곱게 화장도 하고 싶다는 그는 미팅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강초현은 선수로는 새롭게 화약총인 스포츠 소총 3자세에도 도전한다. 공기소총 한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충남대 정문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강초현은 연신 “예쁘게 찍어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그를 알아보고 달려든 한 여대생에게 사인을 해주며 불쑥 “오늘 며칠이냐”고 물었다.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날짜도 잊고 사는 듯 보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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