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골고루 나눠먹기,<6번째 날>선전

  • 입력 2001년 1월 3일 14시 32분


지난 주말 국내 극장가는 '나눠먹기'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별히 선전한 영화도, 특별히 '망가진' 영화도 없이 고만고만한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순위에 진입한 영화들이 많았다. 연휴기간이라 10만 이상 관객동원을 기록한 영화가 나올 법도 했건만 그런 행운을 차지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지난 주에도 1위는 여전히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미래 SF 영화 <6번째 날>이 차지했다.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답게 남의 영화를 복제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6번째 날>은 개봉 첫 주 13만3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주 7만7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 25만9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다.

국내 관객들은 나이 50을 넘긴 '돌아온 액션영웅'을 열렬히 환대해준 셈. 할리우드 흥행전선에서 별 재미를 못 봤던 <6번째 날>은 국내 극장가에서 이상하리 만치 열띤 환호를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영화 <자카르타>가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6만7천 명의 관객을 모아 '번외의 히트'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완전범죄를 다룬 코믹 액션 영화 <자카르타>는 비평가들에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관객들의 입맛엔 잘 들어맞았던 모양. 개봉 3주차인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메이션 <치킨 런>은 지난 주말에만 6만4천 명의 관객을 추가로 동원해 현재 35만 명의 스코어를 기록중이다.

'흥행 승부사' 니콜러스 케이지의 '약발'은 절반만 먹혀 들어갔다. 니콜러스 케이지의 '인생극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패밀리 맨>은 지난 주말 5만3천 명의 관객을 모아 수입사의 기대치보다 약간 모자란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전미 개봉 당시 화려한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영화라 이 정도의 흥행 수치도 썩 나쁘진 않은 편이다. 연말연시 노골적으로 가족애의 중요성을 호소했던 이 영화의 매력은 어느 정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그밖에 <미션 투 마스>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더불어 화성탐사 영화의 맥을 이은 <레드 플래닛>은 4만4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으며 전세계에 피카츄 열풍을 몰고 왔던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는 <레드 플래닛>과 근소한 차인 4만3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포켓 몬스터> 흥행 누계는 현재 15만8천 명이다.

작품 자체는 훌륭하지만 제작된 지 너무 오래되어 '철 지난 옷'이 돼버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포켓 몬스터>보다 적은 2만2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불후의 명작>도 '불운한 영화'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저조한 관객동원을 기록해 박중훈의 변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개봉 2주차인 <불후의 명작>의 지난 주말 흥행 스코어는 3만4천 명. 현재까지 흥행누계는 약 12만 명이다.

그밖에 홍콩 배우 장백지가 주연한 사랑의 12단계 이야기 <십이야>는 2만7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식스센스> 제작팀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 <언브레이커블>은 1만9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총 41만3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엽기적인 인디 정신으로 무장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화제를 모았던 데 비해 저조한 관객동원을 기록, 배급사 및 제작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된 탓도 있지만 1천1백 명의 관객동원 기록은 기대 밖의 저조한 흥행 수치임이 분명한 듯. 6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이점을 살려 1일 9회 상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의 객석점유율은 더욱 형편없었던 셈이다.

이번 주는 쉼표 같은 한 주가 될 듯하다. 할리우드 대작이나 기대를 모으는 한국영화가 한 편도 개봉되지 않기 때문. 덕분에 이번 주엔 이미 개봉된 영화들이 또 다시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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