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취지가 남다른 만큼 제일CC에는 그 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결코 화려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멋스럽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듯한 포근함이 느껴진다.
내가 제일CC와 인연을 맺고 자주 이용하자 친구들은 “재미있는 코스가 많은데 왜 하필 밋밋하고 평평한 제일이냐”고 자주 묻는다. “어떤 코스가 재미있는 코스인데? 난 좋기만 한 걸.”
“그거야 당연히 언듈레이션이 있는 전략적인 코스이지. 혹시 기력이 벌써 달리는 것 아냐?”
제일CC가 편한 코스인 것은 틀림없지만 친구들의 핀잔엔 웃음이 나왔다. 구력 20년에 싱글인 내 앞에서 코스의 가치를 논하다니….
페어웨이가 넓고 비교적 평탄해 마음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평범한 듯한 뒷면에 오묘한 맛이 숨어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일CC는 은근하고 푸근하다. 색으로 치면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다. 어떻게든 골탕이나 먹이려는 개구쟁이의 모습이 아니라 뭐든지 포용해줄 어머니의 품과 같다.
파4홀인 남코스 첫 홀에 서면 운동장만한 페어웨이가 어떤 실수도 용서해 줄 듯한 모습이다. 짧은 파4홀인 중코스 2번홀(326m)과 동코스 8번홀(343m)은 스코어를 줄여주려 작정한 듯하고 장타자에겐 1온의 승부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코스 1∼3번 도그레그홀에선 지나친 과욕에 대한 경계의 교훈도 준다.
나는 제일CC의 사계절을 사랑한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과 서해로부터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무성한 신록이 반기는 여름,오색단풍이 현란한 가을, 동장군도 비켜가는 제일CC의 겨울을 사랑한다.
제일CC 직원들은 늘 분주하다. 코스를 이리 뜯고 저리 고치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앞으로 코스 곳곳을 유실수로 뒤덮을 예정이란다. 새콤한 무공해 살구를 따먹고 달콤한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며 라운딩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신이 난다.
올 봄이면 ‘파3코스’가 새로 선을 보인다. 미니코스이긴 하지만 제일CC의 은근미와 감칠맛은 이곳에서도 여전할 것이다. 같은 어머니가 낳은 옥동자인데 다를리 있겠는가. 제일CC는 재일교포 후손들의 마음의 고향일뿐 아니라 어느덧 내 마음의 고향도 되어버렸다.
김용우(삼양메디케어 대표·핸디캡 8)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