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맡지 않겠다던 회장자리를 놓고 ‘너도나도 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
농구협회는 96년과 98년 잇달아 남녀 프로리그가 출범, 분가하면서 ‘이름뿐인 최고기구’로 전락해 그동안 누구도 선뜻 회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11일 4년 임기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사상 유례 없는 선거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것.
맨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쪽은 조만진 한국보훈복지공단 사장. 민주당 전신인 국민회의 사무부총장 출신인 조씨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출마를 선언할 예정. 농구 ‘골수팬’을 자청하는 조씨는 몇몇 기업인들로부터 이미 금전적 지원을 약속받았다며 전임심판제 시행, 남북교류 활성화, 농구전용관 건립 등 공약을 내걸었다.
하윤도 나이키코리아 사장도 아마추어농구 활성화를 내걸고 회장출마를 선언했다. 하사장은 3일 농구계 원로들을 초청, 미국본사의 재가를 얻어 연간 4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농구선수 출신의 금융인 K씨도 연간 1억원의 출연금을 약속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출마의 변은 ‘국내농구 개혁’. 지난해 4억4000여만원을 들인 코맥스배 농구대잔치 겸 국제초청농구대회에 ‘동네농구팀 수준’인 미국대표가 참가하는 등 문제점이 잇달아 발생하자 현 집행부를 불신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
한편 이종완 현회장도 공공연히 재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어 불과 2년 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억지춘향’격으로 맡았던 것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쨌든 농구협회장은 1931년 농구협회 창립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뽑게 됐다.
<전창기자>j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