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엥겔 지음 장은수 옮김/408쪽/1만5000원
롱셀러 정보 혁명이 가져다줄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우선 정보혁명이 우리 모두의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 혁명의 물결이 현대 사회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비관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변화의 폭은 현대 사회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 국가, 심지어 자본주의를 붕괴시키는데까지 이를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저자의 이런 급진적인 주장은 이 책의 제2부 ‘노동의 종말’에 잘 나타나 있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단순 노무 및 사무직를 비롯한 많은 직종들이 사라진다. 그들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업자로 전락하고 이런 과정은 수없이 반복된다. 대신 정보화기술에 적응한 소수의 창조적인 개인만이 가치를 창조하는 지식노동자(혹은 니체가 말했던 새로운 야만인)로 살아남는다.
제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정보 통신의 발전으로 생기는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라는 반론은 허구에 불과하다. 97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등 3대 IT업체가 제휴해 27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의 투자금액보다 2.5배 많은 것. 하지만 IT업체 3사의 고용인원은 모두 합쳐 8만명으로 GM의 64만명보다 턱없이 적다. 즉 정보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창출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논리다.
이같은 사회 계층의 극단적 양극화는 산업혁명 이후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다. 또 네트워크를 통한 지식노동자와 기업의 자유로운 이동은 국가를 무의미한 존재로 만든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모든 구속에서 자유롭고 자신만을 위한’ 지식노동자가 돼야 정보화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극단적인 엘리트주의로 귀결되는 저자의 주장을 언뜻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정보화와 미래사회를 예견하는 시각만큼은 주의깊게 살펴볼 만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