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東대문의 大만족은 門 나선후에도…

  • 입력 2001년 1월 11일 19시 02분


국내 소매상과 외국인 보따리상들은 최신 유행상품을 고르기 위해 눈을 반짝거리며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김밥 우동 등을 파는 야식집들도 “빈자리 없느냐”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오리지널 명품’과 ‘짜뚱(가짜) 명품’이 공존하는 동대문시장은 첨단 유행품을 싼값에 골라잡을 수 있는 ‘초저가 유행 1번지’.

서울 강남 의류명품점의 ‘세일러(판촉사원)’인 권윤정씨(33)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고민거리가 생기면 바로 동대문시장으로 직행한다.

“돈이 별로 많지 않은 젊은이들이 유행에 뒤지지 않고 자기를 뽐낼 수 있는 곳이지요. 백화점의 3분의 1 가격으로 자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 아니겠어요.”

권씨는 실용적인 눈높이로 ‘동대문시장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5∼6년 전부터 이곳을 자주 찾는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대문의 새벽시장은 썰렁한 편이었지요. 옷매무새와 바느질도 ‘하질 티’가 났는데 이젠 완전히 달라졌어요.”

‘고품격 저가상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동대문시장은 권씨가 단골손님들에게 줄 명절 선물의 ‘보급로’이기도 하다.

권씨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한단계 도약을 모색할 때 동대문 새벽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값싸고 맘에 드는 독특한 물건을 사게 되면 시름을 덜고 삶도 재충전되는 기분이 든다”고 소개했다.

▽동대문시장의 변신

1905년 ‘광장시장’으로 출발한 동대문시장은 줄곧 남대문시장의 위세에 눌려 있던 곳.

그러나 90년대 중반 남대문 상권의 2배 규모로 성장해 현재 26개 상가에 2만9000여개 점포를 갖추고 있다. 단독 의류브랜드나 기성품의 수출량도 10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패션디자인밸리’로도 불리고 있다.

유행상품의 빠른 ‘신진대사’와 대형쇼핑몰 등으로 상징되는 동대문상권은 이제 서울 시내 최대 상권으로 떠올랐다.

남대문, 신촌, 종로, 지하철2호선 강남역 등과 함께 서울 시내 5대 상권에 속하면서 다른 상권을 리드하고 있는 것.

부동산컨설팅사인 ㈜동주 이홍구 실장은 “여성의류 전문매장과 대형 쇼핑몰이 동대문시장을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국내 최대 상권의 명성을 당분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거리의 연속

두산타워 등 대형 쇼핑몰이 늘어선 ‘서편제 상권’을 찾는 주 연령층은 10, 20대로 전체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신세대들은 연인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물건 반, 사람 반’인 상점에서 눈요기에 마냥 즐겁다는 표정들이다.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사는 이숙현씨(35·주부)는 “동대문시장을 나서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마음이 들뜬다”며 “몇천원짜리 머리핀을 사더라도 만족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위해 밤 9, 10시가 지나면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의 야외공연장에서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공연이 심심찮게 열린다. 즉석 퀴즈대회나 댄스파티 등도 진행되면서 젊은 열기가 ‘거리’에서 마구 발산된다.

최근에는 쇼핑몰 내에 초대형 영화관, 스쿼시 헬스클럽 등 스포츠센터, 대형 게임랜드 등 청소년 놀이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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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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