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간판 김지현(27.삼성전기)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부산 남일초등교 4학년때 처음 라켓을 잡은 뒤 코트에서 셔틀콕과 함께 생활한것이 벌써 17년.
김지현은 데레사여중 3학년때이던 87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세계주니어배드민턴대회 정상에 올라 일찌감치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정작 성인무대에서는 기대만큼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98년 스웨덴 오픈과 99년 헝거리 스키트, 노르웨이 스키트에서 정상에 올랐을뿐 96년 애틀랜타올림픽때는 여자단식 4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는등 큰 대회에서는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김지현이 은퇴를 생각한 것은 시드니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서른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부담스러웠고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현역생활 은퇴를 결심한 김지현으로 마지막 무대로 코리아오픈을 택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못지않게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였고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김지현은 또 94년 코리아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도 풀고 싶었다.
어느 대회보다 충실하게 훈련했고 예선 성적도 승승장구였다.
마지막 결승에서 맞붙은 상대는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인 카밀라 마르틴(덴마크)이었다.
주니어 대표시절부터 수없이 맞붙은 라이벌이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숙적이었다.
마지막 무대에 선 김지현은 혼신의 힘을 다했고 세트스코어 1-1인 상태에서 3세트를 10-1로 앞서 화려한 은퇴식을 치르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1점이 김지현을 울렸다.
우승컵과 함께 코트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노련한 마르틴은 김지현의 마음 속을 읽은 듯 역공으로 나왔고 김은 더욱 급하게 서둘다 결국 한점도 추가하지 못한 채 10-13으로 대역전패하고 말았다.
"끝까지 침착해야 했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준우승으로 물러난 김지현은 "소속팀에서는 단식 선수로 더 뛰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며 은퇴 결심을 확고히 한 뒤 "호주로 유학가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고 자신의 미래를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