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설연휴 극장가 "입맛 대로 골라보세요"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40분


이번 주말부터 23∼25일 설연휴까지 황금기를 맞은 극장가에는 다양한 메뉴가 펼쳐진다. 특히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한 영화관에서 여러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골라 보기가 쉬워졌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고민하는 관객을 위해 주요 영화들을 소개한다.

■연인용-<하루> <왓 위민 원트> 등 멜로물

겨울 극장가에는 특히 멜로영화가 많다. 고소영 이성재 주연의 ‘하루’는 ‘편지’나 ‘약속’의 연장선상에 놓인 정통 멜로. 전반부 아기를 갖기 위한 젊은 부부의 애타는 노력은 웃음을 불러일으키고, 천신만고 끝에 임신한 아기가 무뇌아라는 진단을 받고 절망과 고민에 몸부림치는 후반부 내용은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러셀 크로와 맥 라이언 주연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애절한 사랑과 적절한 액션이 녹아있어 남녀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남미 안데스산맥을 무대로 테러범들에게 남편을 납치당한 아내(맥 라이언)와 그를 돕는 인질협상전문가(러셀 크로)간의 짜릿한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은 권태기에 놓인 연인이나 부부에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듯.

터프가이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 역시 여자들이 연인과 함께 볼 만하다.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남성우월주의자로 등장하는 멜 깁슨이 어느날 여자의 섬세한 심리를 읽게되면서 페미니스트로 변신하는 내용은 무뚝뚝한 남자들에겐 교육용으로 안성맞춤.

■'외기러기'용-<나도 아내가..> 보고 있으면 동병상련 느낄 터

임상수 감독의 ‘눈물’은 설연휴 한국영화 중 작품성에 있어 가장 뛰어나다. 실제 이 작품을 위해 서울 가리봉동 길거리에서 선글라스장사를 하며 1년여간 ‘쪽방’생활을 한 감독의 경험이 영화 구석구석에 잘 녹아있다. 젊은 배우들의 사실감 있는 연기를 담아낸 디지털 카메라의 역동적 영상도 완성도가 높다.

짝은 없어도 멜로를 꼭 봐야겠다는 사람에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만한 작품이 없다. 순수한 마음을 지녔으면서도 짝을 찾지 못하던 은행원(설경구)과 보습학원 강사(전도연)가 펼치는 외기러기들만의 일상이 예쁜 화면과 코믹한 상황속에 잘 녹아있다.

깜깜해진 전철안에서 저마다 짝을 찾아 휴대폰을 걸 때 들어오는 불빛이 마치 짝짓기 하는 반디불이마냥 켜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본 경험이 있다면 가슴 찡하게 다가올 영화다.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아프리카 영화 ‘야바’는 한겨울 추위를 잊게 해줄 영화다. ‘여름의 대륙’인 아프리카 토속인들의 일상속에서 반복되는 희노애락을 통해 그려지는 삶의 힘이 느껴진다.

■가족용- 산악영화, 디즈니 만화 보며 '가족애' 환기

세계에서 가장 등반하기 어렵다는 K2 봉우리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버티컬 리미트’는 산더미같은 눈사태로 화면을 꽉채우는 스펙타클 영상에 가족간의 사랑이 녹아있다. 로프 한줄에 매달린 극한상황에서 아버지와 남매가 서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내리는 숭고한 결단은 폭설과 한파 속에서도 가족들의 품을 찾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명절 분위기에도 맞는다.

명절을 맞아 상대 집안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할 예비 신랑 신부에겐 ‘미트 페어런츠’만큼 어울리는 영화가 없다. 전직 CIA요원출신으로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는 온갖 첩보기술을 이용해 예비사위감을 검증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도 빠질 수 없다. 고대 남미제국을 무대로 거만한 황제 쿠스코가 온갖 황당무계한 일들을 겪으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세대를 초월해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묘기를 보고 싶다면 올해 마흔 여섯이나 된 중년 아저씨 성룽의 ‘엑시덴탈 스파이’가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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