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4시]정차원인 설명없는 안내방송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7분


얼마 전 일본에 출장갔던 이모씨(37)는 도쿄(東京)에서 지하철을 타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선 ‘으레 그러려니…’하며 지나쳤던 경험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

스이도바시(水道橋)의 도쿄돔까지 가기 위해 긴자(銀座)역에 들어선 그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바로 승강장 벽에 내걸린 안내도. 우리가 흔히 보는 노선도가 아니다. 환승 때 몇 번 전동차에 타면 빠른지, 목적지로 연결되는 출구로 가려면 몇 번 전동차에 타는 게 가장 빠른지 등이 모형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일본선 지름길안내 서비스도▼

통근자가 아니면 쉽게 터득하기 어려운 ‘지름길 요령’이 모두 안내돼 있었던 셈.

이씨는 안내도대로 히비야(日比谷)선 2호차를 탔고 히비야역에서 미타(三田)선 1호차로 갈아탄 뒤 A6번 출구로 나와 바로 도쿄돔에 도착했다. 열차의 중앙칸 쯤에 탔거나 남들에게 물어 갔더라면 족히 5분 이상 더 걸렸으리라는 게 이씨의 얘기. 승객의 안전을 위한 승강장의 구조도 다르다. 어린이나 청소년, 취객이 발을 헛디뎌 철로에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승강장 자락에 추락방지용 유리벽(Screen Door)을 설치해놓았다.

▼역무원 퉁명스런 응답 고쳐야▼

역무원이나 승무원의 태도도 우리와 천양지차(天壤之差). 열차가 부득이 서행하거나 정지할 경우 “○○구간서 △△사고가 발생해 열차가 잠시 정차합니다”라며 반드시 서행이나 정차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이에 반해 우리의 안내방송은 대개 “지금 이 열차는 운행에 장애가 발생해 잠시 정차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다. 큰 사고가 난 것인지, 30초 정도 정차했다 갈 것인지, 열차의 어느 부위에 사고가 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승차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한 번 탈 때는 120∼170엔 가량이지만 700엔만 내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통근객을 위한 정기권도 거리에 따라 다양하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일반인의 경우 10% 정도의 보너스를 받는 1만∼2만원짜리 정액권이 유일한 할인혜택. 통근객들의 사랑을 받던 정기권도 수입 증대를 위해 실시 17년 만인 91년 없애버렸다.

한마디로 승객을 위하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승객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지하철 운영자 또는 역무원들의 자세다.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조사 결과 지하철 만족도가 56.2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도 이 같은 서비스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서울로 돌아 온 이씨는 오늘도 지하철로 출근했다. 역무원은 여전히 거스름돈과 승차권을 툭툭 던졌고 묻는 말에는 입도 뻥긋 안한 채 손가락만으로 응답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승객을 먼저 생각하는 지하철을 만날 수 있을까.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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