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정대스님 발언 여야 신경전

  • 입력 2001년 1월 20일 14시 34분


대한불교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의 발언에 대한 20일 여야의 반응은 환영 과 당혹 으로 확연히 갈렸다.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파문이 더 확산되는 것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종교지도자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속시원하다'는 표정들.

한 당직자는 "정대스님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가장 아픈 대목을 찔렀다"며 "하나도 틀린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피켓을 밟고, 당을 떠나라고 쫓아내고, 김광일(金光一) 신상우(辛相佑) 공천 안주고 얼마나 독하냐'는 정대스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그 말 한마디로 이총재의 모든 것이 드러났다"며 "역시 큰 스님의 말씀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당직자들과 환담하던 도중 정대스님 얘기가 나오자 "이회창씨가 참으로 충격이 클 것"이라며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느끼고 있던 것을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갖고 더 이상 정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 고 하면서도 "민주당이 이총재를 비난하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며 민주당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이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김중권(金重權)대표가 그러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 것처럼 돼 있다 "며 "종교지도자가 혹시 실언을 했더라도 바로잡는 것이 공당(公黨)의 올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정대스님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종교지도자는 초연해야 하는데 한 당의 총재를 인신공격이나 하는 건 기본자세가 아니다"고 말했고,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는 "망언에 가까운 발언이다. 불교계가 살아있다면 저런 사람을 가만둬서는 안된다. 개혁차원에서 정화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한편 권대변인은 "어젯밤 당에 정대스님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화가 많이 왔는데 자제시키느라 혼났다"고 전했다.

<김창혁 김정훈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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