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꼭두 장군>과 <원더 키디 2020>을 만든 김덕호 감독이 제작을 총지휘한 <별주부 해로>는 어쩌면 다양한 캐릭터에 승부를 건 것 같다. 두 주인공인 거북이 해로와 토끼 토레미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발랄하고 깜찍한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아버지 태극장군처럼 정의롭고 늠름한 거북이 되는 것이 꿈인 해로는 오히려 심약하고 겁이 많으며 토레미는 강하고 씩씩하다.
여기에 용왕의 자리를 탐하며 음모를 꾸미는 용궁의 국방대신 이모겐, 그를 제지하기 위해 바다에 남는 아버지 태극장군, 해로를 방해하기 위해 이모겐이 육지로 파견한 용궁 요리사 칼로마가 가세한다.
토레미와 숲속 대장자리를 놓고 옥신각신하지만 더없이 힘이 되는 동반자 포롱이와 뚱치, 붐부코 등 20개의 캐릭터는 <별주부 해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갖가지 동물 캐릭터의 색채는 화려하며 무공해 식품처럼 신선하다.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전개되는 <별주부 해로>는 그래선지 장면장면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자연배경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 한껏 원근법을 살린 덕분에 캐릭터는 더 부각된다.
<별주부 해로>는 초고속촬영 기법인 '매트리스 기법' 등 여러 가지 카메라 워킹으로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보완한다. 하지만 장면전환이 매끄럽지 못해 스토리가 단절되는 느낌을 준다. 육지와 바다로 장면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 해로가 토래미를 용궁으로 유인하는 과정은 더디며 이모겐 악당과 태극장군과의 전투는 클라이맥스 치고는 싱거운 편이다. 토래미의 간 대신 신비의 열매를 먹고 용왕이 건강을 되찾는 대목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다만 바이올린 선율이 인상적인 메인 테마곡 '바다속 나라'와 해로의 테마곡 'Wish' 등은 서정성을 발휘한 사운드 트랙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선악구도의 교훈적 스토리, 뚜렷하고 섬세한 캐릭터, 영상미가 나름대로 돋보이는 <별주부 해로>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다. 2월17일 개봉.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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