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에마뉴엘 액스(52)라면 그렇게 외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날 스스로 ‘No.1’을 주장하는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2월 17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 액스는 ‘친구들’부터 다르다.
바이올리니스트와 협연했다 하면 상대는 보통 아이작 스턴이요, 첼리스트와 무대에 선다 하면 요요마의 손을 잡는다. 4년전 작곡가 존 아담스의 피아노 협주곡 ‘센츄리 롤’을 헌정받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로열 콘서트 헤보, 시카고 심포니, 런던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등이 그와 이 곡을 협연하겠다고 줄을 섰다.
손가락이 귀신같이 돌아가는 ‘기계손’이기에? 천둥같은 소리를 내는 ‘무쇠팔’이라서?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수수께끼다.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특별하거나 ‘끝내준다’는 느낌은 거의 찾기 힘들다.
대신 그의 연주는 한없이 편안하다. 매끈하면서 세련된 분절법, 깨끗한 소리결, 이의를 달기 힘든 중용적인 템포가 그의 연주를 장식한다.
큰 개성이 없는 것 같지만 모자란 부분도 ‘웬만해선’ 찾기 힘들다. 레퍼토리도 바흐 베토벤 쇼팽 리스트, 심지어 프로코피예프를 두루 망라한다.
25세 때인 1975년 제1회 아르투르 루빈시타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로 나온 그는 폴란드 출신의 미국인. 1987년부터 소니 클래식스의 전속 아티스트로 쇼팽 스케르초집, 하이든 소나타집, 리스트 협주곡집 등 왕성한 음반목록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연주회에서는 드뷔시 ‘영상(이미지)’ 1,2집, 바흐 파르티타 1번, 슈베르트 소나타 B플랫장조를 연주한다. 2만∼4만원. 02―2005―0114 http://www.lgart.com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