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도 아니어서 내내 앉아 온 임씨. 타고 있던 차량도 환승 계단과 곧장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긴 환승 통로에 접어들자 5호선의 출입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환승 통로가 꼭 ‘순대’같구먼. 이러다 방향이라도 틀리면 어떻게 다시 돌아오지?” 통로에는 중간휴식을 위한 벤치나 의자도 없었다. 결국 임씨는 통로 벽면의 손잡이를 붙들고 2번 쉬고, 출입구 지나 다시 한번 의자에 걸터앉은 끝에 8분만에 여의나루행 전동차에 탈 수 있었다.
노선과 노선을 연결해주는 환승 통로는 지하철의 승객 운송 효율을 결정짓는 요소의 하나. 수많은 승객을 빠르게 다른 노선으로 유도해야 하는 만큼 효과적인 설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에서 대부분 환승역의 사정은 이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특히 설계 당시 ‘기계적 수송’에 중점을 뒀던 1기 노선(1∼4호선)은 더욱 심각하다.
신도림 교대 동대문운동장 종로3가 등 하루 평균 환승객이 10만명 이상인 11개 핵심 환승역의 수직이동거리는 평균 28.4m. 이 가운데 에스컬레이터가 차지하는 거리는 10.6m로 37%에 불과하다. 2기 노선(5∼8호선)의 경우 시범적으로 일부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1기 노선에는 아직 한 대도 없다.
아들집 찾아가던 임씨가 고생했던 환승 통로의 수평이동거리는 평균 132.9m에 이른다. 2, 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의 경우 5호선 마천역에서 출발한 승객이 2호선 잠실역 방향으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무려 204.6m를 이동해야 한다. 4,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 4, 6호선 환승역인 삼각지역 등에 부분 설치된 자동보도(Moving Walk) 역시 1기 노선에는 전무하다.
이에 대해 지하철 전문가들은 “물리적으로 버거운 환승역 구조가 전동차 성능이나 역사 쾌적도에서 세계적 수준인 서울지하철이 예상만큼 승객을 흡수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의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96년을 정점으로 1기 노선의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 전동차와 역사 환경이 1기 노선과 확연히 다르다는 2기 노선도 예상 이용객의 60%정도만 흡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미 결론은 나온 셈이다. 만든 지 얼마 안됐다고 주저하지 말고 승객에게 편리한 역사(驛舍)로 과감하게 뜯어고칠 일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