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받은 성과급 1000만원을 A은행 정기예금에 넣은 김모씨(32). 같은 시기, 같은 은행에 예금한 동료 홍모씨(33)는 금리를 0.5%포인트 더 받은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홍씨는 “신규 가입인 데다 고액인 만큼 네고(협상)로 우대금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 연 10%를 크게 웃도는 고금리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 중 최근 전 금융기관을 섭렵하면서 ‘금리 쇼핑’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선 정기예금 금리를 얼마까지 준다는데 여기는 왜 ○○만 주느냐며 협상하려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이런 고객엔 우대금리를 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은 지점장에 전결권을 줘 우대금리를 고시금리보다 0.2∼1.1%포인트 더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 사정에 따라 창구에서 일괄 우대금리를 주기도 하지만 투자처가 없어 예금이 반갑지 않은 은행도 적지 않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시대인 만큼 은행이 제시한 금리에 따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네고하는 것도 재테크의 한 수단”이라고 조언한다.
네고를 잘 하려면 은행별 고시금리 네고금리 등을 챙기고 예금액이나 거래조건이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지 등을 꼼꼼히 챙기는 건 기본이다.
은행마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예금액이 클수록 협상의 여지는 커진다.
하나은행은 1000만원 이상을 정기예금할 땐 지점장 전결로 3개월은 0.5%포인트, 6개월은 0.3%포인트, 1년은 0.4%포인트 우대금리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1억원 이상일 땐 우대금리에 각각 0.1%포인트를 더 준다. 이 은행의 한 지점장은 “소액 예금자엔 고시금리를, 5억원이 넘는 고객엔 최고 금리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한빛은행도 ‘실제 자유예금’에 대해 예금별로 우대금리를 달리 적용한다. 2000만∼1억원은 0.2%포인트, 1억∼5억원은 0.3%포인트, 5억원 이상은 0.5%포인트를 더 준다. 제일은행도 예금액 1000만원 이상 5억원 미만에 따라 0.1∼0.3%의 우대금리를 일괄 적용하지만 5억원 이상은 본점과 직접 금리를 협상할 수 있다.
또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상황에 따라 협상의 성공가능성은 다르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신이 많은 지점이라면 역마진의 가능성으로 우대금리를 좀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높은 금리를 받으려면 ‘발품’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시적으로 우대금리를 주는 은행에도 눈을 돌릴 만하다. 한빛은행의 ‘운수대통 정기예금’을 이달 말까지 세금우대로 가입하면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규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비우량’은행과는 협상이 쉽다. 공적자금을 받은 한 은행의 관계자는 “신규 거래를 강조하면 500만∼1000만원만 예치해도 최고 0.5%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특정 은행에 △월급 등 2건 이상의 자동이체가 돼 있고 △적금 또는 대출 등을 하고 있는 ‘주거래 고객’이라면 0.2∼0.5%의 우대금리를 한번쯤 요구해 볼 만하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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