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보증 52조 확대 '공수표'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9분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발표했던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 정책이 약속과 달리 거의 시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 자금난이 신용 위험(credit risk)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5월부터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확대를 포함한 자금시장 안정 대책을 5, 6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정부의 약속은 구두선으로 그쳤으며 신용 보증 확대 규모도 발표 내용과 달리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부가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출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 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양대 보증기관은 보증 확대에 따른 부실화를 우려, 신용보증 확대 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약속은 20조원, 실제로는 3조5000억원〓신보와 기보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보증잔액은 31조5041억원. 그러나 12월말 현재 보증잔액은 35조889억원으로 신용 보증 확대 규모는 불과 3조5848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5월27일 당시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장, 이기호 대통령경제수석 등이 참가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보증기관에 5000억원을 출자, 이를 재원으로 회사채 부분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20조원의 신용 보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후 8월23일 발표한 기업자금 안정대책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부분보증 재원을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8월 이후에만 14조원 수준의 신용 보증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CBO CLO 등의 부분 보증 재원은 보증기관의 기초 자산과 별도로 운용함으로써 기업 부실 발생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출자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분 보증 재원 역시 기초 자산에서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보증사의 보증잔액을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전액 보증과 채권담보부 증권 등을 통한 부분 보증으로 나눠보면 전액 보증 규모는 6월말 현재 15조4512억원이었으나 12월말에는 오히려 13조989억원으로 2조3523억원이나 줄었다. 부분 보증 규모는 CBO, CLO 발행에 따른 보증 확대로 5조9371억원 증가했을 뿐이다.

▽54조원 보증 확대 약속은 지켜질까〓재경부는 올해 안에 신용보증기관이 54조원의 보증공급을 통해 최대 73조원의 기업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신보와 기보에 출자해야 할 1조4000억원에 대한 자금 조달방법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 역시 선심성 공약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신보와 기보는 법적으로 기초 자산의 20배까지 보증할 수 있는데도 현재 양사를 합쳐 8배 수준에서만 보증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보증을 선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보증기관이 떠안아야 할 위험도 생각해야 하지만 양사의 보증 배율은 적정 보증 배율(14∼16배)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신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입장은 알지만 출자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보증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며 “현재 정부와 출자금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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