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에서 출발할 것이다. 20세기 최대의 핵참사로 꼽히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참상도 보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우리나라 사람도 원자폭탄의 피해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식과 현실은 애증의 관계 같다는 느낌이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치료를 위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전기공급을 위해 방사성 물질을 사용치 않을 수 없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는 우리가 쓰는 전기량의 43%를 담당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문제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나 의료기관에서는 쓰고 버리는 부산물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부산물을 영구 처분 또는 저장해야 할 시설이 마련돼야 하지만 주민의 반대에 직면해 벌써 15년이나 시설을 건설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안전성이 강조돼도 늘 혐오 시설 취급을 받았다. 사실 발전량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원전을 갖고 있는 32개국 중 처리 시설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5개국뿐이다.
▷우리나라 4개 지역 원자력발전소의 자체 저장 능력은 5년 이내에 포화상태가 된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3000억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앞세워 유치 공모 방식으로 임해지역 60여곳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펴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모양이다. 이달 말로 공모가 마감되지만 아직 신청을 한 지역은 없다고 한다. 이런 냉담한 반응은 방사성 물질의 혜택은 누려도 뒤처리는 거부한다는 뜻일 터이다. 우리 사회의 님비현상이나 지역 이기주의를 되돌아 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