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보이지 않는 대륙'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1분


1999년에 한국의 경제 위기가 끝났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미국계 분석기관이 끝났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쪽이었다면, 반대의 중심에는 오마에 겐이치라는 일본의 경제분석가가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마에 겐이치의 분석이 맞았던 것 같다. 오마에 겐이치는 ‘보이지 않는 대륙’의 저자이다.

역사 이래 인간들은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 ‘신대륙’의 발견에 집착해 왔다. 이제 지구상에 지리적인 ‘신대륙’은 없지만 인간들이 만든 가공의 신대륙, 즉 보이지 않는 대륙은 존재한다. 비록 이 대륙이 실체가 없다 해도 지리적인 ‘신대륙’ 이상의 이익을 제공한다. 10년 전 보이지 않는 대륙에 들어간 미국은 장기 호황을 누렸던 것이 그 예이다.

보이지 않는 대륙은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보이는 세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생산된 물건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것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고 있는 영역이라는 의미이다.

둘째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싸고, 질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대륙에서는 어떤 나라가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소비자들의 의식구조가 이미 국경이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셋째 사이버 경향.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웹 접속’이 필수요건이 되는 대륙이다.

마지막은 고수익 추구. 과거 대륙에서는 갖고 있는 자금 내에서만 투자가 이루어졌다. 1억 달러를 갖고 있으면 1억 달러만 투자했던 것처럼. 그러나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는 차입을 통해 갖고 있는 돈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늘어난 기업은 과거와 달리 그 자산을 이용해 다른 기업을 인수, 고수익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 책의 백미(白眉)는 저자가 현재 각 국가들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평가한 마지막 부분. 미국은 보이지 않는 대륙에 들어가기 위해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 운송, 통신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신경제의 기초를 닦은 것이 이 때이고, 빌 게이츠가 선두에 서서 세계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열린 사고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이 진정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들어가려면 내 것만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부에서 소비시장을 키워 보이지 않는 대륙에 접근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