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19세기 인터넷 텔레그래프 이야기'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4분


◇19세기 인터넷 텔레그래프 이야기

톰 스탠디지 지음 조용철 옮김 한울 208쪽 9500원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합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을 한 가족처럼 느끼게 하고 있다.”

이것을 인터넷에 관한 설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뚜 두 뚜’ 하는 소리와 함께 모스 부호로 소식을 전하던 텔레그래프(전신)에 대한 찬사다.

새뮤얼 모스(1791∼1872년) 등에 의해 1840년대부터 실용화된 텔레그래프는 당시 이미 ‘생각의 고속도로’라고 불렸다. 영국 ‘더 타임스’는 1858년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텔레그래프 케이블이 개통되자, 이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대의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하나로 부상한 인터넷도 ‘족보’를 거슬러가면 텔레그래프를 만나게 된다. 1880년대 텔레그래프를 밀어내고 커뮤니케이션 ‘패권’을 차지한 전화도 ‘말하는 텔레그래프’로, 기존의 기술을 개량한 것이었다.

이 책은 한 시대를 지배했던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탄생과 성장, 몰락을 다뤘다. 텔레그래프가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는 이전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텔레그래프 이전 뉴스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방법은 말(馬)을 타고 다그닥 다그닥 직접 달려가는 것이었다. 소리와 연기 등 다양한 신호를 이용한 방법이 있지만 날씨와 지역의 영향을 받고, 복잡한 메시지는 보내기 어려웠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하게 텔레그래프의 역사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를 ‘거울’로 삼아 현재를 지배하는 인터넷의 미래를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텔레그래프 시대에도 정보의 범람과 부정확한 정보의 폐혜, 범죄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텔레그래프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이 실려 있어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스는 화가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워싱턴DC에 간 그는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내가 죽었다는 편지를 장례식 전날 받았지만 워싱턴에서 그의 집이 있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까지 가는데 4일이나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연이 모스를 ‘텔레그래프의 아버지’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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