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전화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자국내 장비 생산량의 60% 이상을 해외에 수출토록 의무화하면서 ‘수출 타깃 1호’로 한국 시장이 지목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노키아 등 세계적 통신기업들도 중국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다시 중국 밖으로 ‘동반 수출’해야 하므로 ‘메이드 인 차이나’ 휴대전화는 한국에 물밀 듯 들어올 전망이다.
한국은 전세계 CDMA 휴대전화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산 휴대전화를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를 자랑해온 한국 휴대전화 단말기 산업은 중국산 저가 CDMA단말기로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또 금년 말까지 휴대전화 제조시 중국산 부품을 50%(금액 기준) 이상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업체들은 2∼3월경 실시될 중국 제2 휴대전화 사업자 차이나유니콤의 CDMA 1차입찰에서 총규모의 20%인 3억달러어치 물량을 확보한다는 전략. 하지만 수출할당량 제도가 생길 경우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거꾸로 국내 시장을 내줄 위험이 초래되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식’으로 자국 휴대전화 시장을 개방하면서 단말기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산 단말기가 대거 수입될 경우 침체에 빠진 국내 단말기 산업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세계적인 제조사의 중국산 물량까지 유입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시장은 단말기시장이 서비스시장과 분리돼 유통망이 없는 국내업체들의 진출에는 불리한 반면 국내 시장은 2.5세대 CDMA와 IMT―2000 등 신규시장에서 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상당한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중국의 4대 통신제조업체 중 하나인 중흥통신의 경우 이미 한국내에 합작사인 ZTE퓨처텔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흥통신 등 중국 제조사들은 이미 단말기와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CDMA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국내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