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상찮다]투자 소비 수출 '3대 빨간불'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3분


《경제정책의 ‘일선 사령부’격인 재정경제부 당국자들의 표정이 요즘 어둡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각종 국내외 변수가 크게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기관 및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나친 경제위기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으며 잘 대처하지 못하면 정말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데는 이견(異見)이 별로 없다.》

▽잇따라 나오는 ‘경제 적신호’ 경고〓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 경제성장률을 연간 5∼6%대, 1·4분기(1∼3월) 4∼5%대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놓은 수정전망치를 보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한국경제 평가보고서에서 내수침체와 대외환경 악화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작년의 절반(4.8% 내외)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문 ‘각론’에 들어가도 우울한 전망이 많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조지 스칼리스 회장은 최근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부문의 올해 세계매출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인 2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0%로 낮춰 전망했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교수도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투자 소비 수출 등 거의 모든 주요 경제지표가 완만한 둔화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왜 이렇게 어려운가〓좀처럼 내수 및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해외발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 추락과 정치불안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교수는 정책신뢰 추락에 따른 기업투자심리 격감과 미국경제 악화를 두가지 핵심요인으로 꼽았다. 이교수는 “기업의 투자축소는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올들어 경제에 이상기류가 두드러진 것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정책당국을 믿지 못하는 등 넓은 의미의 ‘정치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국가 경쟁력 강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적은 점을 걱정했다.

▽해법은 없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과 수출촉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화여대 전주성(全周省·경제학)교수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한적 범위에서의 재정지출 확대와 임시세액공제와 같은 투자유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원교수는 대우 및 현대문제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특히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우리 주력제품의 수출확대와 통상마찰 축소를 위해 대미통상외교에 관심을 쏟고 올해로 예상되는 새로운 다자간 협상에도 적극 참여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민간전문가는 “반도체 등 특정분야의 국내외 1인자들이 함께 모여 경쟁력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가 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해외기관 전망치 낮춰…한국 올 성장 3.5~4.5% 그칠것▼

국제 금융기관들이 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1∼3월 우리나라가 제로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국제금융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은 3.5∼4.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 크게 하향 조정된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최근 낸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해 지난해 9월 전망치 7.5%에서 크게 낮춰잡았다. JP모건도 지난해 6.0%로 예상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0%로 낮춰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작년 9월 6.5%에서 올해 1월 3.5%로 내렸으며 메릴린치와 살로먼스미스바니는 5.7%와 7.2%로 전망했던 것을 지난달에 3.8%로 낮춰잡았다. 도이체방크도 5.2%에서 4.5%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리만 브러더스는 6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경제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에 그쳐 경착륙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리만 브러더스 폴 시어드 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반기 성장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5%까지 오르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올 상반기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조조정이 지속된다면 올 4분기부터는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증시도 살아나 내년 성장률은 7%대로 급격히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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