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식회계 수법과 방지책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7분


검찰은 최근 대우그룹이 김우중 회장의 지시로 지난 3년간 무려 41조원을 분식결산하고 영국 런던 비밀금고인 BFC를 통해 25조원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대우그룹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익을 조작해 업계에서는 ‘회계조작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결국 잘못된 재무제표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고 죄 없는 일반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금융감독원이 90년 이후 1398개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524개사(37.5%)의 분식회계가 적발됐다는 것은 대우와 같은 분식회계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원인도 분식회계로 인해 기업의 투명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이제 회계투명성의 확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분식회계 수법〓창고에 쌓여 있는 기말재고를 과다계상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실제 재고는 100억원어치인데 장부상에는 500억원으로 적는다. 이렇게 하면 매출원가가 줄어들어 그만큼 순이익이 올라간다.

두 번째는 실제 팔지 않았으면서 허위로 거래처의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대우그룹을 감사했던 한 회계사는 “매출채권이 의심스러워 거래처에 매출확인서를 요청했더니 대우직원이 확인서까지 위조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는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 이익을 늘리는 방법이다. 즉 거래처가 부도났거나 장기간 받지 못한 매출채권은 실제회수가능금액을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도 세법상 매출채권의 1%만 비용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추가로 충당금을 쌓지 않는 것.

최근에는 수법이 지능화돼 외국금융기관을 끼고 역외펀드를 만들어 파생상품을 활용하고 있어 회계법인이 쉽게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회계법인은 기업이 만든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사해야 하지만 국내기업의 80%를 2월 한달에 끝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거래소상장기업은 81.5%, 코스닥등록기업은 88.8%가 12월결산법인이다. 한 회계사는 “평소에는 할 일이 없다가 매년 2월말만 되면 며칠씩 밤을 새운다. 한꺼번에 일이 몰리니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부외부채가 있는지, 재고자산이 실제와 일치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방해공작을 펴는 경우도 많다. 대우그룹 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 A씨는 “감사기간이 2주일이었는데 첫째주에는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다가 둘째주에 한꺼번에 제출하는 바람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코스닥등록기업인 모디아소프트가 자진해서 월별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책은 없나〓향영리스크 컨설팅 이정조 사장은 “분기별(3개월) 감사가 의무화되면 회계법인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보이용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주석사항, 특히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회계연구원 김일섭 원장은 “정보이용자가 부실감사에 대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김승련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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