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70년대 축구스타 '은행본부장 골인'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왕년의 축구 스트라이커가 은행 지역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주택은행은 8일 정기 인사에서 김재한(金在漢·54)개인영업부장을 동부 지역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지역본부장은 관할구역내 점포망을 지원하는 요직. 임원과 더불어 간부직에 속해 임명되면 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된다. 군대로 치면 사단장에 비유된다.

김 본부장은 70년대를 주름잡았던 장신 스트라이커. 190㎝의 큰 키로 시원스런 골을 성공시킬 때마다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 특히 73년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호주와 벌인 최종예선전은 40대 이상 국민들의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았다.

“이스라엘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차례로 꺾고 호주와 만났습니다. 차범근과 호흡을 맞췄지요. 호주에선 0대 0으로 비겼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2차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죠. 제가 첫골을 넣어 전반전을 2대 0으로 마쳤는데 후반에서 방심해 2대 2로 또다시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홍콩에서 3차전을 치른 결과 아깝게도 0대 1로 패했습니다.”

국가대표 생활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빠졌던 김 본부장은 성공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멋쩍어하며 ‘성실’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운동을 하며 몸에 익힌 성실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가장 큰 힘이라는 것. 8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접고 80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89년까지 주택은행 축구팀의 코치와 감독직을 역임했다.

그후 서울 개포지점 차장(90년)―대구 신기동 출장소장(92)―경북 경산지점장(94)―서울 종로지점장(98) 등을 거쳐 99년부터 개인영업부장으로 발탁됐다. 김정태 행장이 눈여겨본 것이다.

전문적인 은행업무를 익히기 위해 밤늦도록 책을 읽고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빈 그였지만 여간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개인영업부를 이끌었다. 6개월 단위로 매기는 인사고과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3번 내리 따낸 것.

“축구 경기처럼 새로운 자리에 임명되면 먼저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특히 96년 자진해서 받은 반년짜리 금융연수원 교육은 금융을 바라보는 안목을 크게 높여줬습니다.”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스트라이커에서 명감독으로, 은행 지역본부장으로 변신한 김 본부장은 자신이 맡은 70개 점포가 최고의 성적을 발휘하게끔 지원하는 중책을 떠안았다.

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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