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사이버 납세' 겉돈다…납부율 0.004%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겉도는 사이버 지방세 납부제도’

서울시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도입시행중인 ‘사이버 지방세 납부제도’가 홍보 부족과 이용불편에 따른 시민들의 외면으로 이용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행정정보화와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4월. 납세자가 직접 고지서를 들고 금융기관을 찾는 불편을 덜기 위해 취득세, 주민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자동차세 등 등록세를 뺀 모든 지방세를 인터넷을 통해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 시스템은 납부고지서를 받은 뒤 서울시나 각 자치구, 서울시와 전용망이 구축된 시중 4개 은행(한빛, 하나, 조흥, 신한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세목, 과세번호, 납부금액 등을 입력하면 예약된 날짜에 통장에서 자동인출되는 방식. 서울시는 또 지난해 6월에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는 ‘신용카드 사이버 납부제도’도 도입했다. 당시 서울시는 두 제도의 시행에 따른 ‘세정(稅政)의 정보화’로 인력감축과 납세자의 편의증진 등 두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도를 시행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실지 이용률은 ’사이버’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저조한 실정. 최근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지방세 납부건수 1864만여건 중 인터넷 납부실적은 7500여건으로 집계됐다.

사이버지방세 납부현황

구 분금융기관이용건수이용금액(만원)
계좌이체한빛은행10371억4800
조흥은행11311억6700
신한은행29653억9300
하나은행3074000
신용카드 LG캐피털20678억8000
합 계750716억2800
비율(%)=전체 지방세 납부건수/이용건수, 전체 지방세 납부액/이용금액0.0040.0039

납부율로 따져보면 전체의 0.004%수준. 금액으로 비교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기간 중 서울시의 전체 지방세납부액 4조800여억원 중 이 제도를 이용한 납부액은 전체의 0.0039%에 해당하는 16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이 기간중 신용카드를 이용한 납부건수는 2067건, 8억8000여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사이버 납부율이 낮은 데 대해 시는 홍보부족과 함께 주납세층인 장년층의 ‘컴퓨터 기피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전체 지방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재산세, 종토세, 취득세, 주민세 등 4개 세목의 주납세대상인 50대 이상이 좀처럼 컴퓨터를 가까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 이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인터넷 납부실적에서 전체 이용자 중 50대 이상의 이용실적이 10%안팎에 그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 이용전에 반드시 해당 4개 은행의 계좌를 만든 뒤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도 낮은 이용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관계자는 “홍보부족과 홈페이지에 납세사항을 일일이 기입해야하는 까다로움 때문에 아직까지 이용률이 낮은게 사실”이라며 “취급은행을 늘리는 한편 주민증 번호로 인터넷상에서 세목을 확인한 뒤 곧바로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편의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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