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을 놓고 충돌했다.
사건의 해법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철저한 수사와 국고 환수”를 주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모든 정치자금을 조사하자”고 맞섰다.
강재섭(姜在涉·한나라당) 의원은 “특검제를 도입해 원점에서 새로 수사한다면 한나라당은 수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그 결과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쓴 것으로 밝혀지면 국민 앞에 엄숙히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석(李秉錫·한나라당) 의원은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강삼재(姜三載) 당시 사무총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양심선언하라”고 꼬집었다.
김충조(金忠兆·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을 국가예산을 도둑질한 ‘도풍(盜風)’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강삼재 의원은 바둑으로 치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는 ‘사석(捨石)’이요,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에게는 ‘요석(要石)’”이라고 비유한 뒤 “YS의 묵인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YS를 배후로 지목했다.
심재권(沈載權·민주당) 의원도 “과거 여권의 관계 당사자들은 그 돈이 정치자금이었다고 밖에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출두해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은근히 YS쪽을 겨냥했다. 남경필(南景弼·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에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해 새로운 정치문화와 제도를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고, 함석재(咸錫宰·자민련) 의원은 이른바 ‘사정당국자료’의 유출경위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학(田溶鶴·민주당) 의원은 질문 도중 국고수표를 흔들어 보이며 “1000억원대의 혈세 도용에 대해서는 응당 국고환수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집어치워” “무슨 소리야”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