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탐지기 불통 가능성▼
▽사고경위〓우와지마 수산고교 소속 실습선인 에히메마루호는 지난달 10일 일본을 출발해 7일 하와이에 기항했다가 항구를 출발한 지 1시간45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실습선의 오니시 히사오(大西尙生)선장은 “미 잠수함이 갑자기 떠올라 실습선박을 들이받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지점 부근에서 초계활동 중이던 미 핵잠수함 그린빌호는 부상하면서 선미로 에히메마루호를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히메마루호는 2∼3㎞ 이내에 다른 선박이 접근할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충돌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바다 밑을 항해하는 잠수함은 감지하지 못했다. 그린빌호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승조원들은 사고 직후 구조작업을 도왔다.
사고가 일어난 하와이 인근 해역은 미국의 태평양군 사령부가 위치한 군사요충지로 연간 6만5000척의 군함이 오가는 곳이라 충돌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사고원인〓잠수함은 통상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주변에 충돌위험 선박 등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 함장이 잠망경을 이용해 수면 위의 상황을 확인한 뒤 최종 부상결정을 내리는 등 엄격한 안전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은 그린빌호의 수중음파탐지기가 실습선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해역은 군함들의 통행량이 많아 바다 속의 잡음이 수중음파탐지를 방해했을 수도 있다는 것. 또 그린빌호의 함장이 해상 안개 등으로 인해 잠망경으로 실습선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美, 일본국민감정 악화 우려▼
▽일본 내 반응 및 미국측 사과〓이번 사고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들이 일본 여성들을 상대로 잇따라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데다 최근 얼 헤일스턴 주일(駐日) 미 해병대 사령관이 오키나와 주지사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등 미군에 대한 일본 국민의 감정이 악화된 시점에서 일어났다.
미국은 사고가 나자 즉각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면서 에히메마루호 선원 가족들이 미국을 방문할 경우 경비를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사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했으며 미 해군 태평양함대는 충돌 사고의 책임을 물어 그린빌호의 함장 스커트 워들 중령을 직위해제했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미국이 사과의 뜻과 함께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왔다”면서 “지금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