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은 암과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줄 대사건. 외신들은 '인간의 달 착륙'을 능가하는 과학적 업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 역사적인 연구의 현장에 한국인 과학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웅진(43)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생물학과 교수.
지난 99년 12월 완성된 인간의 22번 염색체 지도 작성작업에 참가해 학계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그의 22번 염색체 연구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최초의 인간 염색체 염기서열 완성'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김교수는 "인간이라고 하는 복잡한 생물체가 비교적 소수의 유전자들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인간게놈지도 연구의 소감을 밝혔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인간게놈연구 프로젝트(HGP)와 미국의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추정한 인간의 유전자 수는 3만~4만개 정도. 이는 지렁이와 초파리의 2배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김교수는 인간 유전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 연구활동이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칼텍 생물학과 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교수는 생명공학벤처회사인 팬제노믹스(PanGenomics)를 설립해 연구결과를 상용화하는데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세기 후반이 컴퓨터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게놈과학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게놈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염려도 있지만, 새 시대를 선도하는 생명과학 분야에 세계의 과학자들과 어깨를 당당히 하는 한국인 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