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경 이뤄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회담은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 정상회담이 될 것 같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이는 평화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외정책의 무게중심을 두었던 민주당 정부 때보다 한국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정부는 부시 정부의 동맹중시 정책이 한미공조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시 정부의 동맹 중시〓“우리는 동맹이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이다.”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위해 6일 워싱턴을 방문했던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 일행이 부시 정부의 인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 장관과의 면담에서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98년 6월 무려 열흘간이나 중국을 방문하면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들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우리 공화당 정부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실제로 조지 부시 대통령(공화당)은 89년 2월 일본천황 장례식 참석차 일본에 간 뒤 곧바로 2박3일간 중국을 방문했지만 귀국길에 한국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반면 한국의 인권문제에 불만이 많았던 지미 카터 대통령(민주당)은 취임 후 2년 5개월여가 지나서야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권외교를 표방한 카터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의 인권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국가 순서 | ||
미국대통령 (소속정당) | 임기(년) | 정상회담 국가 순서(10번째까지) |
지미 카터 (민주당) | 1977∼81 | 멕시코 캐나다 가봉 이스라엘 영국 오스트리아 일본 이집트 포르투갈 요르단 |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 81∼85 | 멕시코(*·대통령당선자 시절) 자메이카 한국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일본 독일 멕시코 가봉 |
〃 | 85∼89 | 일본 벨기에(이상 취임식 전) 브라질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이탈리아 이집트 캐나다(*) 아르헨티나 |
조지 부시 (공화당) | 89∼93 | 일본 캐나다(*) 일본(*) 중국(*) 한국(*) 과테말라 아일랜드 베네수엘라 이집트 코스타리카 |
빌 클린턴 (민주당) | 93∼97 | 멕시코 캐나다 터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아이티 아일랜드 독일 러시아(*) 캐나다(*) |
〃 | 97∼2001 | 페루 러시아 이스라엘 칠레 이집트 아일랜드 핀란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요르단 포르투갈 |
조지 W 부시(공화당) | 2001∼ | 캐나다 (이하 예정) 멕시코(*) 영국 일본 한국 |
▽정부의 고민〓미 공화당 정부의 동맹중시 정책은 한국이 권위주의 정권이거나 한반도에 냉전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는 한국의 대북정책과 호흡이 잘 맞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81년 취임하자마자 두 번째로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을 만난 것도 공산주의에 대한 두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성향과 당시의 냉전적 분위기가 크게 도움이 됐다.
따라서 공화당 정부의 동맹중시 정책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화해협력 기류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공화당 정부는 동맹국 의사를 가급적 존중하는 대외정책을 펴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한국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맹 중시가 미국의 정책에 한국의 정책을 맞추는 의미로 인식되고 기능하게 될 경우 한미간에 대북정책을 놓고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