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나만 잘났어"

  • 입력 2001년 2월 13일 18시 48분


어느 날 갑자기 무인도에 혼자 남는다면? 사는 게 골치아프면 사람들은 더러 그런 상상을 한다. 독선적이고 아집투성이 인간을 만나도 “저 친구, 차라리 무인도에나 가서 혼자 사는 게 낫겠군”이라고 한다.

최근 개봉된 한 영화에서 톰 행크스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고. 절대 고독에 놓인 그에게 친구라곤 ‘윌슨표’ 배구공 하나뿐이다. 무려 4년 동안 그는 윌슨씨와 모든 문제를 의논하고, 의지하고, 사랑한다. 그러다가 탈출하는 동안 험한 파도를 만나 그를 잃는다. 그 기막힌 상실 앞에 그는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오, 윌슨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40대 초반의 이성난씨.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차라리 무인도에나 가서 혼자 살지!” 하는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물론 그런 비아냥거림도 그가 없는 자리에서나 가능하다. 그가 모임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 순간부터 화제는 그가 독점하므로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의 혀 위에서 난도질당한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일처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그와 그의 가족들을 제외하곤. 그가 보기에는 자기와 가족만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밖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단점이 분석되고 그때마다 결론은 딱 하나다. 쓸모없는 문제 인간.

사람들은 그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감히 그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그가 욕하는 누군가를 옹호했다가 다른 어떤 자리에서 자신이 그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그런 형편이니 그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그때까지 자기만이 옳다는 착각 속에서 살 테니까. 진짜 문제는 아무도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평생 그럴 것이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스스로 아집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어떻게든 할 수 없다.

이런 타입은 대개 깊은 열등감으로 꽉 차 있다. 물론 그 자신은 그걸 모른다. 열등감은 스스로 감추고 싶은 부분이다. 덕분에 무의식 속에 꽁꽁 가두어두므로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은 안다. 이런 사람이 남에 대해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욕하는 바로 그 면이 자기 안에 있는데 내 것은 인정하기 싫고, 인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톰 행크스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양창순(신경정신과전문의)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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