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9시반, 포르투갈 리스본의 ‘콘벤토 도 비에토’ (Convento Do Beato).
1000여명의 팬들이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스콜피언스가 등장했다. 메탈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든 채.
30년간 록의 정상을 지켜온 그룹 스콜피언스의 첫 언플러그드 공연이 시작됐다.
정규 멤버 5명과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등 12명의 세션이 참가한 이번 공연은 실황 앨범 녹음 및 DVD 제작이 주요 목적. 이 때문에 무대 맨 앞쪽에는 ‘진짜 관객’ 대신 젊고 늘씬한 여성들로 구성된 ‘DVD 촬영용 동원 관객’ 100여명이 자리잡았다.
왜 언플러그드일까?
“록을 클래식이나 언플러그드 등 새로운 느낌으로 연주하는 시도는 계속 해 왔다. 지난해 베를린필과의 협연도 그런 맥락이다. 언플러그드 공연은 90년대 초반부터 계속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됐다. 그동안 록 공연에서도 두 세곡씩 어쿠스틱 연주를 했는데 반응이 좋아 언플러그드 앨범을 내자는 요청이 많았다.” 스콜피언스의 기타리스트 루돌프 쉥커의 설명이다.
‘올웨이즈 썸 웨어(Always Some Where)’ ‘홀리데이(Holiday)’ 등 스콜피언스의 대표적인 히트곡들이 연주됐다. ‘기타리스트들의 교본’이라고 불릴 만큼 기타 연주가 유명한 이 곡들은 언플러그드 공연에 맞게 새로 편곡됐다. 특히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와 중간의 첼로 독주는 원곡과는 또 다른,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홀리데이’의 경우 감미로운 피아노 반주로 시작했으나 중반부에는 3대의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만으로 원곡의 강렬한 록느낌을 살렸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이 곡은 특히 포르투갈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어 발표 당시 무려 반년이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앵콜곡으로 이 곡이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쿠스틱 기타로 전자 기타 못지 않은 화음과 연주를 기타 애드립으로 하는 부분에서는 열성팬들이 헤드뱅잉(머리를 흔드는 동작)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에는 리메이크 곡도 몇 곡 포함됐다. 이 중 캔사스의 곡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에서 리드 기타를 맡고있는 마티야스 얍스는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연주로 어쿠스틱 공연의 매력을 살렸다. 퀸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는 다른 악기 없이 피아노만으로 연주해 보컬 마이네의 더욱 깊어진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마지막곡 ‘빅 시티 나이트(Big city Night)’에서 얍스가 특유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며 3시간에 걸친 이날 공연은 끝났다.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리스본에서 계속된 공연 중 20여곡을 추린 언플러그드앨범 ‘A Quiet Storm(조용한 폭풍)’은 4월 중 나온다. 스콜피언스는 6월초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리스본〓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