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미 인쇄가 끝난 질문원고를 급히 수정해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백일하게 드러났다"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일부 의원이 "법에 따른 세무조사를 정쟁꺼리로 삼지 말라"고 반박하는 정도였을 뿐 정면대응은 피하는 분위기였다.
이강두(李康斗·한나라당)의원은 "언론대책문건으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국정운영 실패를 은폐하고 정권연장을 위한 언론장악 음모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언론에 자물쇠를 채우고 비판의 펜을 꺾는다고 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권을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일으켰던 진시황(秦始皇)에 빗대 '현대판 진시황 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안경률(安炅律·한나라당)의원은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한 동아 조선 중앙을 '반여(反與)카르텔'이라고 지적했는데 이게 무슨 얘기냐"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위스키 앤 캐쉬' 방식으로 뭘 했다는 거냐"며 문건의 내용을 일일이 따져물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올해 연두기자회견에서 '사상 최대의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했으나, 최근 요한 프리츠 국제언론인협회(IPI)사무총장은 '한국의 언론자유는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안영근(安泳根·한나라당)의원은 "이 문건으로 인해 공정한 정기 세무조사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거짓임이 입증됐다"면서 "여권 내부의 주도면밀한 기획 아래 적대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세무조사라는 칼을 들이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무조사를 빙자한 현 정권의 언론장악기도는 과거 80년대 중반 말 지에 보도된 군사독재정권의 언론보도지침 사건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다"며 '언론장악용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또 서상섭(徐相燮·한나라당)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부 비판세력을 잠재워 정국주도권을 일거에 장악하려는 정치공세로 과거 정권의 '신공안 드라이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세균(丁世均·민주당)의원은 "야당의 언론탄압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공세'라며 출처불명의 문건을 갖고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위조사를 정쟁화하려는 것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한동(李漢東)총리는 "언론문건에 대해 정부는 전혀 아는 게 없으며 알 수도 없는 위치에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세무조사는 정기조사일 뿐 이 문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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