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사람들 부시정책 비판 포문열어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35분


“정권을 내줬다고 아무 말도 못하고 당할 수만은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 행정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주요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잇따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새뮤얼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취임 첫 주에 NMD를 최우선 안보과제로 제기했으나 NMD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 해결된 것처럼 급하게 이를 추진하는 것은 실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해 NMD에 대한 연구 개발은 계속하되 배치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데는 과연 NMD가 신뢰할 수 있게 작동할지를 알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며 “부시 행정부는 NMD에 관한 임의적인 시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거 전 보좌관은 이어 미국 구축함 콜 호에 대한 테러 사건과 일본 도쿄 지하철의 사린 독가스 유포 사건 등을 예로 들며 미국이 당면한 진짜 위험은 대륙간탄도탄 미사일이 아닌, 선박 비행기 가방 등을 통한 대량살상무기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11일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으로 미국은 90년대 초의 예산적자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유지해 온 긴축재정을 포기하는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달도 되기 전에 클린턴 행정부의 주요 관료들이 이처럼 현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자신들의 업적이 부정되고 있는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조 록하트 전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백악관을 떠날 때 일부 기물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정권교체 직후 부시 진영에서 제기되자 TV 토크쇼에 출연해 “그런 일이 있다면 증거를 내놓으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국론분열의 극복을 주장하면서도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 안보 경제정책 등을 실책으로 간주해 정책기조를 대폭 수정할 태세여서 두 진영간의 갈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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