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 등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 120명이 어쩌면 자신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상속세 폐지안을 통과시키지 말도록 의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상속세 폐지운동을 주도하는 윌리엄 H 게이츠 시니어(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의 부친)는 “상속세 폐지안은 미국의 대부분 가정을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억만장자들의 자녀는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생기게 될 정부 수입의 감소는 결국 ‘없는 자’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거나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의 수입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방침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인 기부문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상속세를 납부하는 대신 자선단체나 기금 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해주었던 문화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정한 미국의 4번째 갑부 워렌 버핏은 이번 상속세 폐지안에 대해 “2000년 하계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의 자녀들로 2020년 올림픽 대표를 뽑으려는 것과 같은어리석은 방안”이라며 개탄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1조6000억달러 규모의 감세방안을 제시하면서 개인에게 부과되는 연방세금인 상속세를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 미국 부자는 뉴욕타임스 주말판 오피니언면 광고를 시작으로 ‘폐지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